경찰, 한상균 구속영장에 '소요죄' 넣지 않는 속내는?

"영장 전담판사가 줄 그어버리면 부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총무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11일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구속영장 신청 전 경찰 조사는 모두 끝났으며 한 위원장도 변호인과 함께 피의자 신문조서를 모두 열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 위원장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과 특수공용물건손상, 해산명령불응, 일반교통방해 등 8개 혐의, 24개 범죄사실에 대해 300개가 넘는 질의를 했지만 한 위원장은 모두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질문지는 "불법 집회 현장에 참석했느냐", "폭력 시위를 선동한 사실이 있느냐", "민주노총 회의에서 한 발언이 사실이냐", "청와대 진격하라고 선동한 사실이 있는냐" 등이었다.

경찰은 검찰과 혐의해 이날 중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검찰도 곧바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특이할 만한 것은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에 피신해 있는 동안 검찰과 경찰 수장 모두 '소요죄' 적용 등을 강하게 주문했지만 구속영장 신청 내역에 이 부분은 빠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혐의사실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며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추가조사를 통해 검찰에 송치하기 전에 소요죄 적용을 적극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한상균 위원장에 대해) 소요죄 적용까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강신명 경찰청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 압수수색 결과 오랜 기간 대규모 시위를 기획하고 자금을 조달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법 115조에 기재된 소요죄는 '공안(公安)을 해하는 죄'로 다중이 집합해 폭행·협박 또는 손괴행위를 한 것을 말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소요죄의 핵심은 일정한 지역의 평온과 안정을 깨려고 얼마나 조직적으로 계획해 실행에 옮겼는 지"라며 "이를 위해 소요 행위 시간은 얼마나 걸렸으며 그 피해가 사회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법원에서 소요죄를 인정한 사건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들과 1986년 5·3 인천항쟁 지도부에 대한 판결로 모두 전두환 정권 때였다.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구속영장 신청 단계에서 소요죄를 적용할 경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사법 경찰관은 "영장실질심사 판사가 소요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줄을 그어버리면 그 자체로 경찰에는 부담"이라며 "이런 부분까지 현 수사팀이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