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못맞추는 문재인, 반복되는 '리더십 위기'

천정배 이어 안철수와 결별...중요한 고비마다 파국 못 막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새벽 서울 노원구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자택을 방문해 문 앞에서만 40분 가량 대기했지만 끝내 회동은 하지 못했다.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의 자택을 나서고 있다. 윤성호기자
13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으로 문재인 대표도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를 제안하며 안 전 대표를 포용의 대상으로 지목해 놓고도 결국 극단적인 파국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 필패의 위기가 더욱 짙어지면서 문 대표가 올해 2.8전당대회에서 주장한 '이기는 정당'도 결국 요원해졌다.

안 전 대표의 혁신요구에 대해 '형용모순'이라고 일축했다가 사퇴 압박이 거세진 후 이를 전격 수용하는 등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대표로서 책임론이 불가피해보인다.
위기때마다 한발 늦은 승부수…정치력 한계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막지 못한 것은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탈당 자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야 안 전 대표의 몫이지만 당의 분열 위기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나름 승부수를 띄우며 난국을 헤쳐나가려고 했지만 '타이밍'이 한발 늦기 일쑤였다. 그렇다보니 정치적 결단이 상황에 밀려 이뤄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에도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당적 정리, 측근들 총선 불출마 확인, 안철수 혁신안 당헌 반영 등을 통해 안 전 대표가 요구했던 것들을 상당부분 수용했지만, 이미 안 전 대표의 마음이 돌아선 뒤였다.

문 대표가 '김상곤 혁신위'를 뒷받침하며 되뇌던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은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목전에 두고 이뤄진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9월부터 '낡은 진보 청산' 등을 내세우며 문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을 요구했지만, 문 대표는 버티다가 비주류로부터 사퇴압박이 거세지자 이를 받아들였다.


비주류인 문병호 의원은 "친노 계파도 없고 기득권도 없다고 하더니 뒤늦게 측근들의 불출마를 확인했다"며 "이는 눈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앞서 4·29재보궐 패배 당시 비주류의 공격을 애써 무시하다가 10·28 재보궐 선거까지 패배한 후에야 '재신임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 대표는 이 마저도 당내 반대로 어렵게 되자 '4·29재보궐 패배때 재신임을 물었어야 했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안철수 포용에 실패…"문안박은 받기 힘든 제안"

안 전 대표의 탈당은 결국 문 대표가 어느 정도 명분을 만들어줬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 눈높이에서 사실상 기존 혁신안은 '실패'였고, 제대로 된 혁신을 요구하는 안 전 대표에 대해 '형용모순' '새누리당 프레임'이라는 표현으로 응수했다.

이는 안 전 대표와의 감정의 골을 깊게 했다. 두 사람을 중재했던 통합과행동 소속의 정장선 전 의원은 "지난 대선때부터 쌓인 것이 많은지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에 대해 '신뢰가 제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문.안.박 공동지도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공염불'일 수밖에 없었다.

문 대표가 안 전 대표를 끌어안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문 대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후보 경쟁에서 이긴 자신감을 갖고 '안 대표는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한마디로 얕잡아 본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문안박 연대에 대해 "이것은 총선 책임을 나눠서 지자는 것"이라며 "안 의원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공동책임을 져야하는 것이어서 받을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앞서 천정배 의원과도 담판을 했지만 그의 탈당을 막지 못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의 야권 분열 상황은 문 대표에 대한 책임론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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