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한상균 '소요죄' 적용 판례 '5.3 인천항쟁' 살펴보니…

지난 12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출석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경찰이 지난달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회 관계자들에 대해 '소요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4일 "민주노총 등에서 압수수색한 문건 등에 따르면 한상균이 '청와대로 진격하자'고 주장하는 등 상당 부분 사전 모의한 정황이 나온다"며 소요죄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수사본부 관계자는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면서 본 판례가 1986년 인천 사태"라며 "폭행 손괴 부분에 있어서 86년 인천 사태와 이번 민중총궐기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자유청년연합 등 6개 보수단체는 한 위원장을 비롯해 1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주최한 시민단체 대표 58명을 소요죄 혐의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경찰도 한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하기 전인 구속영장 신청 단계에서 소요죄 적용 여부를 검토했지만, 자칫 영장이 기각될 수 있어 유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말한 '인천 사태'란 1980년 5.18 광주민주화항쟁 이후 시민들이 공권력에 정면으로 저항한 가장 큰 민중항쟁이자 1987년 6월 항쟁의 서막으로 불리는 '5.3 인천항쟁'을 말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찰의 주장과 달리 5.3 인천항쟁과 1차 민중총궐기는 상황과 맥락이 전혀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한 경우를 처벌하는 소요죄는 통상 한 지역을 마비시킬 정도의 폭력 사태, 즉 폭동이 일어난 사례에 적용된다.

당시 판결문 등을 살펴보면 2000여명으로 시작한 시위 참가자는 순식간에 경찰 추산 1만여명, 시위대 추산 3만여명으로 불어났다.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를 마친 뒤 시가지로 쏟아져 나와 여당인 민주정의당 인천 제1지구당사를 불태우고, 차량 등에 불을 붙이며 경찰과 대치해 일대 교통이 8시간 넘게 마비됐다.

또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경찰 소유 차량 3대를 뺏어 불태우면서 이날 경찰 191명이 다쳤다.

경찰 역시 400여명을 연행해 133명을 소요죄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민주화운동 세력 수십여명을 수배하는 등 공안 탄압 정국을 조성하며 맞섰다.

반면 1차 민중총궐기에 대해서는 경찰이 사전에 차벽을 설치하고 물대포를 쏘는 등 집회를 방해하면서 빚어진 '시민들의 정당방위'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5.3 인천항쟁은 말 그대로 민중들이 모여 '독재정권을 상대로 한 번 붙어보자'고 모인 항쟁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1차 민중총궐기 당시 교통 흐름을 막은 건 집회 전부터 미리 세워진 경찰의 차벽"이라며 "지난 30여년 동안 돌, 쇠파이프가 난무할 때도 적용하지 않았던 소요죄를 느닷없이 적용해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이 있었느냐"고 비판했다.

더구나 지금까지 법원에서 소요죄를 인정한 사건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들과 1986년 5·3 인천항쟁 지도부에 대한 판결로 모두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뿐이었다.

만약 소요죄 혐의로 유죄가 선고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의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오동석 아주대 법대 교수는 "집회주최자에 소요죄를 적용해 일괄 처벌하는 일은 독재정권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무리한 법 적용으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독일 연방법재판소 판례 등을 보면 대규모 집회에서 폭력 행위가 일어나도 행위자를 개별적으로 처벌할 뿐, 집회 주최자는 처벌하지 않는다"며 "집회 주최자를 일괄적으로 소환하려는 것 자체가 시민 자유에 대한 위협이며, 대규모 집회를 막으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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