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隋書)에 ‘호랑이 등에 타고 달리는 형세’(騎虎之勢)였던 한 정치인의 성공담이 나온다. 북주의 임금 선제(宣帝)가 죽자 재상이었던 양견(楊堅)이 정사를 관장했다. 그는 한족 출신의 무관으로 큰 공을 세워 총관이 된 인물이다. 임금이 죽자 어린 아들이 즉위했는데, 이때 양견은 한족 세력을 규합해 모반을 준비한다. 모반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갈리게 되는 양견은 갈등에 빠진다. 이때 양견의 부인이 남편에게 편지를 보낸다.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형세이므로 도중에 내릴 수는 없습니다. 만일 내린다면 호랑이 밥이 될 터이니 끝까지 달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부디 뜻을 이루시옵소서.”
양견은 부인의 편지에 용기를 얻어 북주의 군사들을 물리치고 모반에 성공한다. 이후 양견은 문제(文帝)가 되어 수(隋)나라를 건국하게 된다.
<후한서>에 실려 있는 ‘반초’(班超)에는 ‘호랑이 굴로 들어가지 않으면 호랑이를 잡을 수 없다’(不入虎穴不得虎子)는 일화가 나온다.
‘반초’는 용맹과 지혜를 겸비했던 후한의 장군으로 명성이 대단했다. 그가 임금의 명을 받아 서쪽 실크로드의 요충지인 누란에 사절단을 이끌고 갔다. 누란의 왕은 후한에서 온 용맹스런 장군 반초를 극진하게 대접했지만 마침 흉노의 사절단이 들이닥치자 태도가 바뀐다. 흉노 쪽 사절단이 후한을 싫어해 문제를 삼았기 때문이었다. 흉노 사절단은 반초 일행에 비해 인원도 많고 위엄도 대단했다. 반초는 고민에 빠졌다. 수모를 당하고 그냥 돌아가느냐, 아니면 정면 승부를 걸어 제압하느냐. 일행이 근심에 잠겨있을 때 반초가 모두를 불러놓고 말한다.
“호랑이 굴로 들어가지 않으면 호랑이를 잡을 수 없다!”
반초는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 앞에서 호랑이 굴로 들어가겠다는 결심을 내린다. 그는 흉노의 사절단이 묶고 있는 관아를 공격해 그들을 모두 제압하는데 성공한다. 그 여세를 몰아 누란까지 쳐서 후한으로 복속시켰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지만 자기 마음대로 내릴 수 없는 사람. 눈보라치는 광야에 나가 호랑이를 잡아야 할 사람. 둘 다 시간은 없는데 갈 길은 멀기만 하니 딱하다. 문 대표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으나 떨어지는 날에는 맹수의 밥이 될 수 있고 안 의원은 광야에 나가 호랑이를 잡으려다가 오히려 호랑이에게 물려 죽을 수 있다.
문 대표가 '양견'의 호랑이처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릴 것이라 믿고 싶다. 안 의원이 '반초'의 호랑이처럼 단호한 승부수를 던져 진격할 것이라 믿고 싶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生物)이라 그때그때 다르고 끝까지 가봐야 한다. 4개월 뒤 총선과 24개월 뒤 대선 결과가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다. 두 사람 가운데 누가 야권 호랑이를 잡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