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태권도 9단이 뉘집 개이름인가… 수상한 특별심사"

-국기원 "낮은 단에 '쪽팔리는' 분들 위해 특별심사 마련"
-5단→9단… 누구는 26년, 누구는 1년… 태권도계 "차별"
-관장들 "승단 원칙 무너져, 어린이들에게 얼굴 못들어"
-월단(越段)용 기부금은 백지화, 특심규정 2차례 수정 '누더기'
-실세 부원장 응시했나? 국기원 공개원칙 불구 "확인 못해"
-문대성 의원 "홍문종 국기원 이사장, 후안무치"
-해외 여론 악화…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변수될 듯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기자 어서 오세요.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1부에서 산케이 기사 무죄 판결 인터뷰 들으셨죠. 사실 지난주 이 시간에, 외신 비판에 대한 우리정부의 과잉대응 문제를 다뤘잖아요? 그 때도 반향이 컸지?

◆ 권민철> 저희가 방송 후에 그 내용을 인터넷과 SNS에 올리거든요. 그런데 지난주 방송 내용이 특히 SNS에서 크게 회자가 됐습니다. 언론자유는 민주국가의 토대인데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나, 국가의 품격에 대해 새삼 생각해 봤다는 반응 많았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들의 관심에 감사드리면서요. 오늘 주제로 넘어가 볼까?

◆ 권민철> 준비한 음향부터 들어볼까요?

◇ 김현정> 이거는 태권도 도장 아니에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청취자들 중에 태권도 관심 있는 분들 꽤 있을 겁니다. 아이들 도장에 보내는 부모들, 또 군대에서 태권도 때문에 고생했던 분들 계시죠. 태권도하면 뭐니뭐니해도 단증 아니겠습니까? 김현정 앵커는 태권도가 몇 단까지 있는지 아세요?

◇ 김현정> 안해봐서요. 주변에서 보면 3,4 단 하면 잘하는 거 아닌가요?

◆ 권민철> 저도 이번에 알았는데 태권도도 9단까지 있더군요. 한마디로 태권도 명인인 거죠. 그런데 하우스 재배처럼 속성으로 이 명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 김현정> 속성으로? 명인인 9단으로? 오랜 단련, 수련 과정을 거쳐서 되는 거 아닌가요?

◆ 권민철> 그렇죠. 태권도 실력을 심사해서 단증을 주는 곳이 국기원인데, 이 국기원에서 특별심사라는 걸 통해 1년 안에 4개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을 터주려고 해서 지금 태권도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 김현정> 특별심사를 통해서 한다고 했는데… 그게 언제 무슨 이유로 도입된 건가요?

◆ 권민철> 올해 10월 23일 국기원에서 특별심사 공고를 냈는데요. 목적은 “승단기회를 놓친 태권도인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라고 돼 있습니다. 국기원 담당자의 이야기입니다.

"과거에 시도협 추천으로 심사했을 때 시도협 반대편에 있다고 해서 심사 안해주거나 심사 포기하신 분들, 또 60~70년대 4~5단 사범자격으로 해외가신 분들이 돌아와 보니 후배들보다 단이 낮아 쪽팔려서 승단 시험 못보시는 분들 있거든요. 그런 분들 구제하려고…

◇ 김현정> 방송상 용어가 적절치 않아서 좀 순화하면요… 후배들 보기 창피한 분들 구제하기 위해서라구요? 잘 이해가 안가네요?

국기원의 특별심사 공고에 제시된 '특심 가격표'
◆ 권민철> 그렇죠?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는 부분도 그렇습니다. 무예인이 수련 할 때 남에게 단증 보여주려고 수련하는 건 아니잖아요. 태권도계가 납득을 못하는 대목입니다. 특히 처음에는 4 단계를 단 한 차례의 심사로 훌쩍 뛰어넘도록 했었거든요. 태권도는 보통 바로 윗단을 따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수련 기간이 있습니다. 이걸 '승단연한'이라고 하는데 속성 승단을 막으려고 둔 장치거든요. 예를 들어 4단에서 5단을 따기 위해서는 4년, 또 6단을 따기 위해선 5년의 수련기간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식입니다. 근데 이번 특별심사에선 이 승단연한을 면제해줍니다. 따라서 5단에서 9단 가는데 누구는 26년 걸리는데, 누구는 1년 걸리니까 차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태권도계에서 부글부글 하는 거네요. 승단 원칙이 무너지면서?

◆ 권민철> 바로 그럽니다. 인천 남동구 태권도협회 이장섭 회장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30년간 체육관 했습니다. 그동안 제자들에게 원칙 상식 벗어나지 말라고 했어요. 특심은 원칙과 상식에서 벗어난 겁니다. 태권도 품격 어린이들에게 여러 번 강조했는데,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너무 값어치 없는 단증이 되어버리는 거에요"

◆ 권민철> 게다가 처음에는 월단 신청자에게 기부금을 받겠다고 해서 더욱 반대가 많았습니다.

◇ 김현정> 기부금요? 돈을 받고 단증을 주기로 했었다고요?

◆ 권민철> 네. 이게 국기원이 처음 제시한 가격표거든요. 여기 보시면 가령 5단이 9단으로 올라가는데 2백만원을 내야 하는 걸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반발이 커지니까 늦게나마 기금 받는 것 역시도 백지화했습니다.

◇ 김현정> 기금 받는 건 백지화됐고, 그럼 몇 명이나 응시 했나요?

◆ 권민철> 모두 385명이 응시했다고 하는데, 태권도계에선 과연 누가 응시했는지가 관심삽니다.

◇ 김현정> 그건 왜 그런가요?

◆ 권민철> 당초에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특별심사를 진행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사실 조금전에, 기부금 받기로 했던 거 백지화 하기로 했다고 해서 궁금했군요, 그럼 돈을 벌기 위한 목적도 아닐테고, 그러면 왜 이렇게 여론이 좋지 않은데도 이렇게 특별심사라는 걸 진행하느냐, 바로 여기에 해답이 있는 겁니까?

◆ 권민철> 그렇습니다. 국기원의 고위 인사들이 지목이 됐는데요, 그 대상자로. 지난 2일 기자회견 때도 이 부분이 집중 질의 됐었습니다. 이 부분 들어보시죠.

▷ 기자 : 이번 심사에 응하실 생각 있으신지, 신청하셨는지요?
▶ 고위인사 : 나중에 우리 실무자에게 물어보시면…

◆ 권민철> 대답을 못하죠? 그래서 제가 그 실무자라는 사람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 기자 : ***이 여기에 응시했다고 이렇게 이야기 하던데 맞아요?
▶ 실무자 : ***이 접수를 했네, 안했네 이런 부분은 제가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원장님 결재도 아직 떨어지지 않았어요.

◇ 김현정> 결재가 안떨어졌다, 그러면 신청하려고 하거나 하고싶은데, 결재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되나요?

◆ 권민철> 보통 내부인이 이런 걸 하게 되면 내부에서 모를 리가 없거든요, 사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 김현정> 모두가 알고 싶어 하는 걸 공개 안한다.. 이렇게 되면 밀실 아닌가요?

◆권민철> 사실 그렇죠. 국기원은 애초에 특별심사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거든요. 결국 원칙을 스스로 뒤집은 거죠. 태권도바로세우기본부 신성환 대표의 주장 들어봅니다.

"진행되고 있는 이 특별심사에서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그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 김현정> 근데, 이번 특심 파문이 새누리당 하고 관계가 있다던데, 그건 왜 그런가요?

지난 2일 새누리당 앞에서 시위 벌이는 태권도인들
◆ 권민철> 지난 2일 태권도인 300여명이 새누리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거든요. 바로 국기원 이사장이 홍문종 의원이기 때문이다. 태권도 선수 출신 문대성 의원도 새누리당이고요. 근데 문대성 의원도 홍 의원에게 화가 단단히 나 있더군요. 그제 국회에서 관련 간담회가 있었는데, 문 의원 목소리 들어보시죠.

"홍문종 이사장은 특별심사에 대해 내용 잘 모르고, 태권도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본인에게 왜 그러느냐며 되레 큰 소리 냈다. 후안무치도 이런 후안무치는 없을 것이다. 그 말에 격분한 저로 인해 고성 오갔다. 정치인의 추악한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목도하고…"

◇ 김현정> 많이 화가 났군요? 홍문종 의원, 당 사무총장 역임한 분이고 정권 실세라고들 하는데, 초선인 문대성 의원 이 정도로 심하게 말한 거 보면 화가 나긴 났나 보군요?

◆ 권민철> 홍 의원 사실, 태권도 단증도 없는 문외한입니다. 실세 정치인이라고 해서 국기원 이사장에 옹립되다 보니까 호가호위하는 내부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문 의원도 바로 이 부분을 꼬집은 거 같습니다.

◇ 김현정> 홍문종 의원 입장도 들어봤나요?

◆ 권민철> 어제 몇 차례 전화를 하고, 또 비서 통해 응답도 요구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태권도가 사실 우리의 전통 스포츠이기도 하고, 또 세계적 스포츠 아닌가요. 근데 종주국에서 이런 추문이 있다 보면 여러 가지로 안 좋을 거 같은데…

◆ 권민철> 사범들이 파견 나간 나라가 200여개 나라나 되거든요. 지금은 현지인 사범들도 많다고 합니다. 외국에서 이 문제로 태권도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안좋다고 하는데요. 예원예술대 허건식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국기원마저 단증에 대한 위상을 격하시키면 한인 사범들이 설 자리 없는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종주국 태권도라는 위상은 많은 부분에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 권민철> 아시다시피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종목이잖아요. 유도 같은 다른 스포츠와 경쟁을 해야 하는 판에, 이렇게 종주국에서 불미스런 일이 있다 보면 앞으로 국제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실 걱정이 큽니다.

◇ 김현정>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지만, 이 게 재미가 있느니 없느니, 그래서 빼느니, 안 빼느니 말도 많았잖아요.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인데, 이런 추문까지 겹치면 큰일 날 노릇이네요. 오늘 훅뉴스 태권도 이야기 해봤습니다. 스포츠에도 정치가 개입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건 아닌지 저도 의심이 드네요, 권기자.

◆ 권민철> 국기원도 그렇습니다. 세계 태권도의 본부답게 권위와 신뢰 회복에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권민철의 훅뉴스, 권민철 기자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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