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 가세한 '험지 출마론'…1순위 안대희, 다음은?

眞朴 보내 수도권 선거 주도, 텃밭은 전략공천으로 유승민 견제

안대희 전대법관 (사진=박종민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비박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유력 인사들에 대한 수도권 접전지 출마 요구, 이른바 '험지 출마론'에 친박계까지 가세했다.

친박계는 그동안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그 측근 의원들의 낙천을 위해 유력 인사들의 대구.경북(TK) 등 텃밭 출마를 타진해 왔다는 점에서 입장 변화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眞朴 안대희·조윤선·정종섭·윤상직 등 험지출마론 대상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 해운대구 출마를 준비중인 안대희 전 대법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험지 출마론'에 불을 붙였다.

원 원내대표는 "개혁적인 이미지로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있는 안대희 전 대법관 같은 분들이 수도권 접전지에 출마해서 20대 총선에 임한다면 우리당의 수도권 경쟁력도 높아지고 총선 승리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고 친박.비박 할 것 없이 '험지 출마론'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무성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소중한 자산이 되는 명망가에 대해서는 수도권 지역에 출마하도록 권유를 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밝혔고,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그런 분들이 (수도권에) 가서 경쟁을 해서 살아오시면 좋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명망있고 인지도 높은 유력 인사들의 험지 출마를 요구한 쪽은 주로 수도권 현역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지만 친박계까지 이에 가세한 것.

그런데 주목할 점은 험지 출마론의 대상이 되는 유력 인사들 가운데 소위 '진박'(眞朴)들도 상당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친박계의 이같은 입장변화는 이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안 전 대법관을 포함해 새누리당의 텃밭인 서울 서초갑에 출마선언을 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날 후임 인선이 발표돼 역시 텃밭인 대구와 부산에 각각 출마 예정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등을 꼽을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문병호, 안철수, 김동철, 유성엽) (사진=윤창원 기자)
◇ 안철수 신당 효과에 깜짝놀란 與 "수도권 대첩"

그렇다면 친박계는 왜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에 참여하며 진박으로 분류되는 이들을 당선을 담보할 수 없는 험지로 내몰면서까지 입장을 선회했을까?

원 원내대표는 안철수 신당 효과를 언급하며 "20대 총선에서는 수도권 대첩이 될 것이다. 대부분 지역이 오차범위 내에서 승패가 결정나는 수도권의 경우 더욱 치열하게 경쟁할수 밖에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그동안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상당수 중도층이 안철수 신당으로 지지정당을 바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대로 갈 경우 수도권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안철수 신당 이렇게 3당 구도로 조사해도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만약 선거를 앞두고 야권연합을 해서 덤비면 수도권의 경우 상당히 어려운 결과에 봉착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 성공을 위한 여권의 제1 과제는 단연 총선승리다. 더 나아가 그동안 각종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았던 개정 국회법, 일명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위해 180석 이상의 의석 확보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의석 배분상 수도권에서 참패할 경우 이같은 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과반의석 확보도 쉽지 않다는 것이 친박계의 분석이다.

따라서 명망있고 대중적 지지도.인지도가 높은 진박들이 자기희생을 통해 수도권 격전지에 출마해 승리해야만 총선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 친박계의 계산으로 보인다.

◇ 유승민 견제는? "바보야, 전략공천이 있잖아"

친박계는 이와함께 진박들을 험지로 보내면서 생기는 유승민 견제의 '공백'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전략공천을 통한 인재영입으로 메운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핵심의원은 "그동안 당내에서 공천룰을 가지고 논란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럴 틈이 없다"면서 "야당을 꺾을 수 있는 필승카드를 써야되고 그게 전략공천을 통한 인재영입이라면 당연히 해야된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수도권 선거 승리라는 '명분'에 맞춰 진박들을 텃밭에서 빼 험지로 보내며 한발 양보하는 대신 전략공천을 관철시켜 유승민 견제라는 '실리'도 함께 챙긴다는 이중포석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