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감독 "19금 아니라면 천 만? 천만에 말씀"

"권력의 추악함 드러낸 결정적 장면.. 포기할수 없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우민호 (영화 '내부자들' 감독)

2015년 우리 영화계는 마지막까지 뜨겁습니다. 영화 ‘내부자들’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는 올해 관객 650만명을 돌파하면서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사실 영화 관계자들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19금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합니다. 왜냐하면 19금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관객 수가 상당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내부자들’ 감독도 장면 몇 개 삭제하고 청소년 관람가 등급을 받아보자 이런 유혹 있었지만, 뿌리치고 밀고 나갔답니다. 왜일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영화 ‘내부자들’의 감독 우민호 감독 직접 만나보죠. 우 감독님, 안녕하세요.

◆ 우민호> 네, 안녕하세요. 우민호입니다. 반갑습니다.

◇ 김현정> 불과 한 달 열흘 만에 650만을 돌파했네요. 축하합니다.

◆ 우민호> (웃음)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병헌 씨를 비롯해서 조승우, 백윤식 이런 배우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 우민호> 배우들도 기뻐하고 있죠.

◇ 김현정> 누가 제일 좋아해요, 배우들 중에는?

◆ 우민호> 조승우 씨가 아무래도 제일 좋아하는 것 같고요. 물론 다들 기뻐하는데 표현이 솔직한 편이라서, 조승우 씨가. (웃음) 맨 처음에는, 승우 씨가 약간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첫날 스코어를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잖아요. 첫날에 저희가 23만이 들어왔는데. 많이 들어온 스코어거든요. 그래서 흥분됐었는데 가라앉히시더라고요. (웃음)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 김현정> 뭐라고요?

◆ 우민호> ‘아직 모른다.’ (웃음) 나중에 스코어 보고서 기뻐하더라도 기뻐하자, 하더라고요. 지금은 가장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사실은 이병헌 씨 스캔들 때문에, 이제는 잘 됐으니까 이런 얘기를 하지만요. 이병헌 씨 스캔들 때문에 영화 개봉 미뤄졌고 흥행 비상 걸렸다, 이런 얘기도 사실 많이 나왔었거든요. 그때 감독님 심정은 어떠셨어요?

◆ 우민호> 사실은, 원래 일정대로 개봉을 하려면 할 수도 있었는데 아쉬움들이 사실은 되게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개봉 시기를 조절해서 뒤로 가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저는 뒤로 가는 게 좋겠다.

◇ 김현정> 오히려?

◆ 우민호> 편집도 해 보고 후반작업을 조금 더 하자, 교도소 앞에 찍었던 장면 그 장면도 다시 찍고 싶었는데 잘 됐다. 영화 퀄리티를 더 높이는 계기가 됐죠.

◇ 김현정> 좋은 배우들하고 좋은 감독, 거기에다가 좋은 시나리오가 만나서 결국은 이렇게 역사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650만을 돌파한 영화 ‘내부자들’. 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우리 한국 사회 권력층, 정치인, 언론인, 대기업 총수의 비리, 부패의 사슬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보면 대기업 비자금 사건, 별장 성접대 사건 같은 영화 속 사건에, 진짜 사건이 떠오른다는 분들이 많아요. 그건 부담스럽지 않으셨어요, 감독님?

◆ 우민호> 그 부분은 대부분 <내부자들> 원작 웹툰에 있는 부분인데. 원작, 윤태호 작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웹툰을 연재했을 당시가 그 사건보다 이전이에요, 훨씬. 그래서 제가 그 사건을 접했을 때 윤태호 작가랑 통화를 했었는데, ‘이게 뭔 일이냐, 지금.’

◇ 김현정> 만화에 그려졌던 그 장면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구나?

◆ 우민호> 그래서 깜짝 놀랐죠, 당시에. 그랬던 기억이 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 그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던 거죠.

영화 '내부자들' 한장면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 김현정> 그런데 그 성접대 하는 그 장면이 굉장히 충격적일 정도로. 제가 방송에서 디테일하게 설명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정말 충격적인 장면이었어요. 이거 찍을 때도 고생 좀 하셨죠?

◆ 우민호> 사실 쉽지 않은 장면이었죠.

◇ 김현정> 그렇죠. 중년 배우들이 그런 높은 수위의 노출신을 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텐데, 못하겠다 이렇게 거절하신 분은 없어요?

◆ 우민호> 다행스럽게도 못하시겠다는 분들은 없었고. 그분들한테도 제가 원작을 다 고스란히 보여드렸거든요.

◇ 김현정> 원작 만화를?

◆ 우민호> 네. 만화에 나오는 장면들을. 그분들 역시 또한 충격을 받으셨고 이건 우리가 좀 용기를 내서 있는 그대로 한번 보여주는 게 좋겠다, 대중들한테.

◇ 김현정> 찍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렸어요?

◆ 우민호> 한 5회차 찍었으니까, 5일 정도 걸린 것 같아요.

◇ 김현정> 이 한 장면을 5일 정도?

◆ 우민호> 네.

◇ 김현정> 상당히 공들인 장면이네요. 그러니까 어떤 권력층의 부조리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굉장히 공들여서 찍으신걸까요?

◆ 우민호> 그 한 장면은, 그냥 딱 봤을때, 수치심이 거세된 권력자들이 얼마나 추악스러우며 무서울 수 있는지를 그 한 장면으로 딱 보여줬거든요.


◇ 김현정> 사실 이 장면만 좀 빼면 19금이 아니라 15세 이상 관람가가 나올 수도 있지않나요? 그러면 더 많은 관객이 들었을 수도 있는데. ‘나는 못 뺀다.’ 끝까지 주장하셨다면서?

◆ 우민호> 처음부터 일말의 어떤 타협이 없었어요. 투자사랑 이야기 할때부터, 이 장면은 무조건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무조건 ‘청불(청소년관람불가) 영화다’라고 못 박고 들어갔기 때문에.

◇ 김현정> 관객수와 타협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군요, 작품성면에서.

◆ 우민호> 네.

◇ 김현정> 그런데 그것 뺐으면 1000만 훌쩍 넘었을 수도 있지않았을까요?

◆ 우민호> (웃음) 더 안 될 수도 있죠. 모르는 거죠. 그런 장면이 없었으면, 아마도 그런 분노가 덜 느껴질 수 있었을 테고요.

◇ 김현정> 그럴 수도 있겠네요. 소신 있게 밀고 나가시기를 잘 했습니다. (웃음)

◆ 우민호> (웃음) 감사합니다.

영화 '내부자들' 한장면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 김현정> 그러고 보면 2015년에 ‘내부자들’뿐만 아니라 ‘베테랑’도 있었고 사회고발성 영화가 연이어서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왜 사람들이 이런 영화에 열광한다고 보세요?

◆ 우민호> 상업영화가 사실 그 시대를 반영하는 부분이 분명히 많이 있다고 보거든요. 그렇다면 ‘암살’, ‘베테랑’, ‘내부자들’같은 영화가 왜 잘 됐을까 하는 부분은, 아마 지금 이 시대가 대중들이... 대중들의 느끼는 어떤 답답함이나 그런 지점들을 영화가 건드려준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맞습니다. 그러네요. 영화 ‘내부자들’... 이 영화가 흥행하면 감독판 개봉하겠다라고 했었는데. 결국 개봉을 하게 되셨네요.

◆ 우민호> 네. 이 감독판이 3시간 버전인데, 저희들이 찍은 오리지널 버전과 가까운 버전이거든요. ‘내부자들’을 사랑해 주셨던 분들이 감독 판을 보고 싶다는 분들이 계신다면,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 김현정> 또 잘 되면 연말은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여유 있게 드시는 건가요? (웃음)

◆ 우민호> (웃음) 일단 집에서 보내고요. 아마 배우들이랑 스테프들과 모여서 맥주집에서 맥주에다가 치킨에다가, 그리고 요새 또 모히또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거 한 잔씩 돌려서 먹지 않을까요. (웃음)

◇ 김현정>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자’는게 극중 이병헌 대사였는데, 이게 또 올해 유행어가 됐었죠. (웃음) 하여튼 응원하겠습니다.

◆ 우민호> (웃음) 감사합니다.

◇ 김현정> (웃음) 오늘 고맙습니다.

◆ 우민호>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영화 ‘내부자들’의 감독, 우민호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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