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데 이은 것이다.
이로써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의 난제는 새해로 넘기긴 했지만, 그나마 홀가분하게 세밑을 맞게 됐다.
올해 양국은 이번 헌재 판결이나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 문제 외에도 일본 안보법제 통과와 종전 70주년 담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등의 폭발력 높은 사안들을 잇따라 헤쳐 왔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양국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초 서울에서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고, 사법부의 최근 산케이신문 관련 판결은 일본 내 우호적 반응을 얻어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이번 헌재 판결은 양국관계 증진을 위한 보다 강력한 신호로 인식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언론들은 이날 헌재 판결 소식을 실시간 주요 뉴스로 다루며 청구권 협정의 효력이 유지된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헌재의 ‘각하’ 결정은 일종의 ‘판단 유보’인 셈이어서 한일청구권협정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예컨대 한일간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 제2조 1항에 대해 헌재가 합헌이든 위헌이든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헌재가 이번에 각하 사유로 설명한 ‘재판 전제성’ 요건을 충족해서 누군가 헌법소원을 다시 제기한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 측에선 2조1항이 최종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점을 한국 사법부가 재확인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앞으로 한일간 인식차가 확대되지 않을까 상당히 걱정된다”며 “한일간 소송을 둘러싼 뇌관은 그대로 살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