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은 2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서울 SK와 원정에서 16점 11도움을 올렸다. 16점 11도움으로 상대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29점 15리바운드)과 함께 유이한 더블더블이었다.
특히 양 팀 최다인 11도움으로 상대 김선형(8점 5도움)과 가드 대결에서 우위를 보였다. 잭슨의 재치있는 개인기에 오리온은 막판까지 SK와 시소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사실 이날은 올 시즌 잭슨의 최고 경기가 될 만했다. 득점은 적었지만 가드의 덕목인 도움이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였다. 질풍 같은 돌파와 화려한 비하인드 드리블, 허를 찌르는 패스 등 상대 팬들도 찬탄을 금치 못하는 기량이 돋보였다.
잭슨에게는 기회였다. 이날 오리온은 팀 간판이자 공격 1옵션 애런 헤인즈(199cm)의 복귀전이었다. 1, 2라운드 MVP였던 헤인즈가 무릎 부상으로 한 달여 만에 코트로 돌아온 날이었다. 그러다 헤인즈는 1쿼터 막판 슛을 성공시킨 뒤 왼 발목을 접질려 쓰러졌고, 다시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잭슨의 출전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이날 잭슨은 31분여를 뛰었다. 의욕도 넘쳤고, 충분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잭슨은 그러나 기회를 날렸다. 무난하게 레이업으로 슛을 얹었다면 2점을 얻을 수 있었으나 덩크를 시도하다 실패했다. 림을 맞고 튄 공이 그대로 오리온 벤치 쪽으로 날아갔다. 추일승 감독은 날아오는 공에 손을 대며 격렬하게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진 수비에서 오리온은 오용준에게 3점포를 맞고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2점 리드가 3점 열세로 바뀐 순간이었다.
잭슨의 경이적인 운동 능력은 시즌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단신임에도 화끈한 투 핸드 덩크를 꽂으며 관중을 열광시켰다. 평소라면 충분히 시도할 만한 덩크였다.
하지만 시소 경기의 막판이었다. 성공했다면 확실한 플러스가 되지만 실패한다면 타격이 엄청날 터였다. 실제로 오리온은 그 순간 승기를 뺏겼고, 추 감독도 "그 장면이 두고두고 아쉽다"고 회한을 곱씹었다. 경기를 리드하는 가드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었다.
잭슨이 처한 상황을 보면 일견 이해할 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잭슨은 출중한 기량을 가졌지만 첫 한국 무대 적응이 쉽지 않았다. 낯선 지역 방어를 깨는 데 애를 먹었다. 최고 명장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은 "외인 가드는 지역 방어에 무기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기도 했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잭슨은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했을 터. 승부처에서의 덩크는 가장 확실한 무기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덩크는 실패했고, 팀도 패색이 짙게 됐다.
경기 막판 잭슨이 SK 김민수와 실랑이를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덩크 실패로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부담감에 잭슨은 이미 멘탈이 무너진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파울 과정에서 김민수의 팔꿈치에 얼굴을 부딪히면서 완전히 평정심을 잃게 됐다. 잭슨은 김민수에게 손을 쓴 뒤 심판과 선수, 추 감독까지 나와 말렸는데도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김민수에게 다가서려고 했다.
퇴장 명령으로 끝난 받은 잭슨의 불행한 성탄절. 여기에는 과욕이 부른 잭슨의 덩크 실패가 있었고, 또 그 이면에는 불안한 팀 내 입지와 KBL의 현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경기로 잭슨은 꽤 많은 것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