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축구의 2015년, 그 분명했던 '빛과 그림자'

최고의 수확은 대표팀의 국제무대 맹활약

2015년 대한민국 스포츠는 다사다난했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는 없었지만 그에 못지 않은 감동과 환희, 아쉬움과 안타까움 등이 교차했다. CBS노컷뉴스 체육팀은 2015년 한국 스포츠를 4부작으로 나누어 정리해봤다. 28일은 첫 번째 시리즈로 대한민국 국민스포츠 축구를 결산했다.


한국 축구의 2015년은 기분 좋은 성적으로 시작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부진한 성적으로 조별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본 한국 축구는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바닥을 친 한국 축구는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첫 국제대회였던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는 27년 만에 결승 무대를 밟았다. 비록 개최국 호주에 연장 끝에 1-2로 패해 우승은 무산됐지만 준결승까지 무실점 승리 행진을 펼치며 한국 축구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덕에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되찾기 위한 힘찬 출발이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에서도 ‘슈틸리케호’의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평가전을 포함해 2015년 한 해 동안 한국 축구는 20경기에서 16승3무1패를 기록했다. 44골을 넣는 동안 실점은 4골이 전부다. 무려 17경기에서 무실점하는 놀라운 성적 덕에 경기당 0.2골의 실점은 국제축구연맹(FIFA) 소속 209개국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록이었다. A매치 16승도 1980년 이후 35년 만의 최다승이다.

한국 축구의 밝은 미소는 비단 남자 축구대표팀에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 역시 월드컵 본선 참가 역사상 첫 승에 이어 첫 월드컵 16강 진출까지 모두 맛보는 새 역사를 썼다.

최근 세대교체를 통해 전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여자 축구대표팀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이라는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대신 WK리그에서 활약하는 조소현, 전가을(인천 현대제철) 등의 활약을 더한 단단한 조직력으로 세계 무대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비록 8강 문턱에서 프랑스에 막혀 16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지만 조별예선 3차전에서 스페인을 꺾으며 월드컵 출전 역사상 첫 승리를 경험하며 그동안 중국과 일본, 북한이 주름 잡았던 아시아 여자축구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선배들의 맹활약 못지않은 어린 동생들의 활약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최진철 감독이 이끌었던 17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FIFA 주관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브라질을 꺾는 등 조별예선을 2승1무로 마쳐 조 1위로 당당히 16강을 통과했다.

조별예선의 폭발적인 상승세는 16강전에서 벨기에에 막혀 소멸했지만 U-17 대표팀 역시 이승우(바르셀로나)라는 간판스타에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국내 클럽과 학원축구를 통해 성장한 ‘한국 축구의 미래’가 맹활약하며 향후 한국 축구의 기대감을 잔뜩 끌어올렸다.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국내 프로축구는 ‘1강’ 전북 현대의 독주가 다시 한 번 이어졌다. 전북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우승하며 K리그 클래식 2연패를 달성했다. 연말 시상식도 전북의 차지였다. 최강희 감독이 감독상을, 공격수 이동국이 MVP, 이재성이 영플레이어상을 모두 가져갔다.

승강제를 통해 최초의 기록도 나왔다. K리그 클래식에서 최하위 대전 시티즌과 함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부산 아이파크가 기업구단으로는 최초의 2부리그 강등을 경험하게 됐다. 반대로 K리그 챌린지에서는 우승팀 상주 상무와 함께 수원FC가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수원FC는 실업축구 내셔널리그를 시작으로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리그까지 진출하는 최초의 역사를 이뤘다.

2015년 한 해 동안 한국 축구계는 밝은 햇살만 내리쬔 것은 아니다. FIFA의 비리 추문 속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6년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때문에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도 무산됐다. 정 명예회장에 이어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도 각각 8년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는 등 FIFA의 비리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과거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의 논란도 불거지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K리그에서도 추악한 ‘검은 돈’이 출범 후 처음으로 처벌을 받기도 했다. 안종복 전 경남FC 사장이 과거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서 시작된 수사가 심판 매수를 위한 금품 로비까지 확대되며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해당 심판과 경남에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K리그는 이와 관련한 수사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라 추가적인 징계대상이 공개될 가능성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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