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비극을 이벤트로…언론이 빚은 남보라 잔혹사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배우 남보라.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도 넘은 언론 보도가 두 번의 비극을 만들었다.

한 매체는 28일 배우 남보라의 동생이 사망했으며 그 사인이 자살이라고 전했다. 남보라의 이름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름과 동시에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남보라 측에 사실을 확인하고, 입장을 담았거나 과거 남보라를 비롯한 13남매들이 '인간극장'에 출연한 내용, 남보라가 했던 가족 관련 발언 등이 그 내용이었다. 그 중에는 가족을 잃은 남보라를 두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들도 있었다.

'연예인 가족의 죽음'이 이슈가 되자 어김없이 언론의 육탄전이 시작된 것이다. 심지어 그 죽음이 가족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비극적인 사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언론계에는 '자살보고 권고기준'이 존재한다. 해당 기준의 9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 표현을 피해야 합니다. △ 자살과 관련된 상세 내용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 자살 보도에서는 유가족 등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어떠한 미화나 합리화도 피해야 합니다. △ 사회적 문제 제기를 위한 수단으로 자살 보도를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알려야 합니다. △ 자살 예방에 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 인터넷에서의 자살 보도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특히나 유명인과 관련된 자살 보도는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적인 자살 보도도 또 다른 자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유명인과 관련된 경우, 그 파장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보도 자체를 최소화해 선정성 유무와 관계 없이 후속 기사 등도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배우 강두리의 보도부터 시작해, 앞선 유명인들 관련 사망 보도에 있어서 독자의 생명과 직결된 이 같은 원칙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모방 자살이 일어날 수도 있는 자세한 자살 방법을 기록하는가 하면, 조회수를 위해 이와 연관된 후속 기사를 쏟아냈다.

남보라 남동생의 사망 보도 역시 그 주체가 유명인은 아니지만 유명인의 가족임을 명시해 더욱 이슈화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남보라 측은 이날 "아직 다른 어린 동생들이 해당 소식을 모르고 있다"고 전하면서 지나친 관심은 자제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미 깊게 패인 상처가 언론 매체들의 보도를 통해 더 덧날 것을 우려하는 마음으로 보인다. 한 생명이 꺼져간 비극도 언론에게는 비극이 되지 못한 현실인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살 보도는 최소한만 해야 하고, 사실 전달 위주의 보도에서 멈춰야 한다. 직접적으로 범죄와 관련이 있다면 몰라도 이를 이벤트나 이슈로 여겨 접근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이 같은 보도가 선정적으로 가거나 품위를 지키지 않았을 때는 방송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신문의 경우 협회 등에서 처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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