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받겠나…전문가들 "위안부협상 미흡"

"피해자가 수용하고 국민이 납득" 朴 평가 기준에도 미달…후폭풍 예고

28일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이옥선(89)씨가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윤성호 기자)
28일 한일 외교부 장관 합의에 대해 다수의 일본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법적 책임을 명확하게 인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반발을 방증으로 들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안 도출하라'는 지침을 계속 강조해왔는데, 이번 협상에 대한 피해자들의 반응은 '불충분하다.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라며 "과연 정부가 청와대에서 강조한 중점 목표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가에 의문과 비판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외교당국이 내세웠던 '창의적 해법'을 꼬집어 비평했다. 그는 "일본 아베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했는가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각국이 입장을 달리 설명할 수 있는 해석의 여지를 남긴 소위 창조적 합의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접근방법은 국내 여론을 충족시키는 데 (오히려) 화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24년을 끈 쟁점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일정 부분 결말을 낸 것은 나름대로 긍정적"이라면서도 "너무 성급하게, 너무 크게 양보했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기시다 일본 외상은 자국 기자단에 '법적 책임은 없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됐다. 회담에서는 위안부 강제연행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없었다"며 "법적 책임 인정과 강제연행 사실에 대한 인정이 일본 정부에 대한 피해자들의 요구였는데, 이게 해소되지 않은 채 대일 비난 자제를 약속한 것은 패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를 짚었다. 양 교수는 "소녀상은 하나의 상징이고,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이는 일종의 한풀이 터였다"며 "그것을 언급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했어야 했다. 어제만 해도 윤병세 장관이 '협상 사항이 아니다'라고 하더니, 오늘 일본 측 반응을 보면 협상 도중 ‘밀당’을 하면서 양보한 것 같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을 지낸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도 "우리 목표에는 부족한 협상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핵심 쟁점은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협상에서 현실적 타협의 한계가 있더라도, 이게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을 언급한 것은 다소 많이 나간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 특임교수는 "일본이 앞으로도 ‘위안부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상으로 이미 해결돼 일본의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한다면, 과연 이번 협상이 국내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이 한일 양국 정부간 관계를 개선시킬 여지는 마련했을지 몰라도, 향후 국내 여론의 추이가 박근혜정권의 짐으로 남을 것이란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양 교수는 “양국 정부 차원에서는 가장 중대한 외교적 문제가 제거된 이상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본다”며 “문제는 국내에서 역풍이 분다면, 흔쾌한 양국관계 개선까지는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특임교수도 “이번 합의가 일본 쪽에서야 대환영일테니 한일관계는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될 것”이라며 “다만 국내적으로 비판과 반발이 계속되면, 일본 탓을 할 수 없는 우리 정부에 부담이 남게 된다”고 말했다.

봉 선임연구위원은 “일단은 어렵게 합의한 이상, 비판적 여론이 인다고 해서 정부가 다시 순식간에 대일 강경기조로 가기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며 “당분간은 상호 간 돌출발언을 자제하면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우리 정부가 일본 수산물의 금수 조치를 취했는데,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해 전향적 자세로 대처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