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법적 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소녀상 이전 가능성 등 선물만 잔뜩 줬다는 협상 실패론이 나오는 상황에서다.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불가역적’ 보증까지 해줬느냐 하는 자존심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다.
‘불가역적’(irreversible)은 북핵 6자회담에서나 등장했던 비교적 생소한 용어다.
북한이 다시 몰래 핵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CVID)을 적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왔다.
정상적인 국가간 협상에선 합의된 것 자체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
물론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일방적인 합의 폐기도 가능하지만 국격의 치명적인 위기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합의에 불가역적 조항이 명시된 것은 상대에 대한 짙은 불신을 담고 있다.
일본 측이 제기해온 ‘골대 이동론’과 맞물려 한국은 못 믿을 나라라는 인식까지 은연중에 유포한 셈이다.
반면 이런 관측과는 정반대로 우리 정부가 먼저 불가역적 해결을 요구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측이 고노담화 등 그나마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놓고도 이를 자꾸 번복하는 행태에 대해 우리도 쐐기를 박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불가역적 해결은 상호적인 것”이라며 쌍방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또 “일본 측이 사죄, 반성, 책임 통감에 반하는 것을 하면 (합의) 위반이 된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발표한 합의문 상에는 불가역적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한일 공동 위안부기금의 조성만 명시됐지만, 전반적인 맥락에서 볼 때 포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만약 일본이 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불가역적 조항도 자동폐기된다고 해석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해석되는 근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