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승 無' 한화-롯데-LG, 올해는 비원 풀까

'올해는 21세기 비원 풀어보자' 2000년대 이후 한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세 팀은 올해 과연 숙원을 풀 수 있을까. 왼쪽부터 김성근 한화, 조원우 롯데, 양상문 LG 감독.(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롯데, LG)
2106년 병신년 새해가 밝았다. 겨울잠에 들어갔던 프로야구 각 팀들이 바야흐로 새로운 시즌을 위한 스프링캠프 준비에 들어갈 시기가 왔다. 1월 중순이면 저마다 우승의 부푼 꿈을 안고 구슬땀을 흘릴 전지훈련지로 떠난다.

세기가 바뀌어 KBO 리그도 2000년대 들어 벌써 17시즌째를 맞는다. 앞선 16시즌 동안 우승컵을 들어올린 팀은 불과 5개 구단뿐이었다. 삼성이 6번, 현대와 SK가 3번씩, 두산이 2번, KIA가 1번을 들어올렸다. 이제 KBO 리그도 10구단 체제로 가동되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절반이 21세기 들어 우승에서 소외됐던 셈이다.

다만 아직 막내급인 NC와 케이티는 논외로 두는 게 맞다. NC는 2013년부터, 케이티는 지난해부터 1군에 합류한 4년차와 2년차로 기회가 별로 없었다. 20세기에 창단한 팀들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SK와 넥센은 각각 2000년과 2008년 합류했지만 각각 쌍방울과 현대를 흡수 창단해 NC, 케이티와는 또 별개로 분류될 만하다.

그렇다면 온전히 21세기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한 팀은 3개로 좁혀진다. 20세기에 마지막 우승의 기억을 묻은 채 2000년대를 사는 팀들이다. 바로 롯데와 LG, 한화다.

▲롯데 24년, LG 22년, 한화 17년 '마지막 우승 기억'

이들 중 롯데는 프로 원년인 1982년부터 구단 이름이 바뀌지 않은 전통의 팀이다. 원년 6개 구단 중 팀 이름이 유지된 것은 롯데와 삼성이 유이하다. OB는 마스코트 베어스는 그대로지만 1999년부터 두산으로 참가했다. 해태는 KIA로, MBC는 LG로 주인이 바뀌었고, 삼미는 인천 연고팀 격변의 시작이었다.

롯데는 80년대와 90년대 각각 한번씩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32년 전인 1984년 고(故) 최동원이 한국시리즈(KS) 4승을 거둔 불멸의 투혼으로 첫 정상에 올랐고, 8년 뒤인 1992년 염종석 현 코치의 활약에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왕중왕' 고(故) 최동원(가운데)이 롯데 시절 선동열(왼쪽), 김시진 등 당대 최고 투수들과 기념 촬영을 했던 모습. 롯데는 1984년 최동원의 인간 한계를 뛰어넘은 역투로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자료사진=MBC)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두 차례 KS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KS 진출도 21세기 들어서는 한번도 없었다. 2000년대 암흑기를 거쳐 후반기 포스트시즌(PS)에는 더러 나섰지만 17년 연속 KS에 오르진 못했다.

MBC를 이은 LG도 롯데 다음으로 우승 기억이 오랜 팀이다. 1990년과 1994년 신바람 야구로 KS를 제패했지만 이후 돌풍이 오지 않았다. 97년과 98년, 2002년 KS에 올랐지만 역시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이후 2000년대 롯데, KIA와 함께 하위권 '엘롯기'를 결성하기도 했다. 13시즌째 KS에 진출하지 못했다.

한화는 20세기 마지막 우승팀이다. 1999년에 롯데를 꺾고 1986년 창단 뒤 첫 정상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역시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0세기 들어서는 역시 17년 동안 우승이 없었다. KS 진출도 2006년 이후로 끊겼다.


▲우승 근접 한화, 다크호스 롯데, 세대 교체 LG

그렇다면 과연 올 시즌은 이들의 21세기 첫 우승 비원이 이뤄질까. 가능성이 큰 팀도 있고, 잘 하면 이룰 수 있는 팀도 있으며 버거워 보이는 팀도 있다.

세 팀 중 가장 우승권에 근접한 구단은 한화로 꼽힌다. 2010년대 불우했던 한화는 최근 3년 동안 공격적인 투자로 인재들을 적극 영입하며 전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사실상 올해는 우승을 해야 하는 시즌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2014시즌까지 한화는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0년대 들어 4번이나 꼴찌를 도맡았다. 세대 교체와 신인 육성에 실패한 탓이 컸다. 2006년 데뷔와 함께 팀을 KS로 이끈 괴물 류현진(LA 다저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류현진이 다저스로 가면서 남긴 280억 원이 한화를 바꾼 계기가 됐다.

2013년 한화는 정근우와 이용규를 4년 각각 70억, 67억 원에 영입했다. 그래도 2014시즌 꼴찌에 머물자 김응용 감독과 재계약 대신 승부사 '야신' 김성근 감독을 데려왔다. 여기에 배영수(3년 21억5000만 원)와 권혁(4년 32억 원), 송은범(4년 34억 원) 등 마운드를 보강했다.

'마지막 퍼즐?' SK에서 이적해온 좌완 불펜 정우람은 올해 한화의 우승 도전을 이끌 주역으로 꼽힌다.(자료사진=SK)
하지만 지난해도 아쉽게 가을야구가 무산됐다. 전력 보강은 이어졌다. 좌완 불펜 정우람을 4년 84억 원에 데려왔고, 우완 심수창도 13억 원에 4년 계약했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4번 타자 김태균도 4년 84억 원에 앉혔다. 3년 동안 FA에만 400억 원 정도를 쏟아부었다. 여기에 괴물 에스밀 로저스도 19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이만하면 내년 패권을 노려볼 만하다.

롯데도 잘만 하면 우승에 도전할 전력을 갖췄다. 정상급 마무리 손승락과 4년 60억 원, 요긴한 불펜 자원 윤길현과 4년 38억 원과 계약하며 약점인 마운드를 보강했다. 손아섭과 황재균도 미국 진출이 무산돼 잔류했다.

더군다나 올해는 지난해 KS 경쟁팀 두산과 삼성의 전력이 약화됐다. 두산은 최고의 좌타자 김현수(볼티모어)가 빠졌고, 삼성도 박석민(NC)을 비롯해 최고 마무리 임창용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어쨌든 신동빈 구단주가 직접 야구단을 챙기겠다고 나선 롯데도 충분히 우승 경쟁에 뛰어들 상황은 만들어졌다.

다만 LG는 정상 도전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올 겨울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던 데다 세대 교체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미 간판 외야수 이진영이 2차 드래프트로 케이티로 이적한 LG다. 그러나 2013년과 2014년 기적과 같은 가을야구를 이룬 만큼 신바람이 불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세기가 바뀌었어도 아직 이전 세기의 우승 기억이 가물가물한 롯데와 LG, 한화. 과연 2016년에 이들이 21세기 첫 우승의 기억을 남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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