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와 대학생 등 1천여명이 참석한 이날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협상 폐기와 평화의 소녀상 이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정대협과 평화나비 등 위안부 관련 단체들의 모임인 '평화의 소녀상 전국연대'는 "평화비는 시민들의 바람과 의지가 담긴 공공의 재산이고 평화운동의 상징물"이라며 "일본이 사죄하고 반성하는 날까지 평화비 건립을 확산하겠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한일 위안부 협상 발표 직후 결성한 이들 단체는 앞으로 지역과 연대해 한주씩 릴레이 수요집회를 개최하는 한편,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거리 서명과 재단설립 모금 활동을 펼 계획이다.
시민단체들의 평화비 지키기 활동에 지방자치단체장들도 힘을 보탰다.
채인석 화성시장 등 32개 자치단체장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을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자치단체장들은 "이번 한일 협상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배제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합의 무효를 주장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굴욕적 한일협상에 대해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과하고, 모든 협상을 원점에서 재협상하라고 요구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도 집회에 참석해 일본에게 유리하게 끝난 협상은 무효라며 정부에 재협상을 촉구했다.
심상정 대표는 "굴욕적이고 위헌적 합의를 즉각 폐지하고 대통령은 할머니들께 사과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도 이어졌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89)는 자신을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소개하며 후손들을 위해 위안부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97년 숨진 위안부 피해자 고 김학순 할머니의 석상 옆에 선 이 할머니는 큰 목소리로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또다시 이런 일이 우리 손녀들, 후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외쳤다.
이화여대 등 13개 대학 총학생회들도 수요 집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10억 엔은 소녀상 철거의 대가에 불가하다"며 "외교 담합인 한일 협상을 폐기하라"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집회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광주, 대구 등 14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해외에서도 일본 도쿄 총리관저 앞과 미국, 독일, 프랑스 등 13개국 41개 지역에서 집회와 1인 시위가 잇따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