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이 남긴 것…우린 왜 80년대 골목 얘기에 열광했나

(사진=tvN 제공)
"쌍팔년도 우리의 쌍문동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 시절이 그리운 건, 그 골목이 그리운 건, 단지 지금보다 젊은 내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곳에 아빠의 청춘이, 엄마의 청춘이, 친구들의 청춘이, 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의 청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한 데 모아놓을 수 없는 그 젊은 풍경들에 마지막 인사조차 건네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이제 이미 사라져버린 것들에,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에 뒤늦은 인사를 고한다.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지난 16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최종화는 그리운 시절을 회상하는 덕선(혜리 분)의 이같은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었다.

이날 최종화는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시청률 19.6%, 최고 시청률 21.6%(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은 물론 케이블TV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우리는 지난 10주간 왜 쌍팔년도 쌍문동 골목 이야기에 열광했을까. 응팔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 '응답하라' 시리즈 불패신화…응팔이 새로 쓴 기록들

'응답하라' 시리즈의 연출을 도맡아 온 신원호 PD는 응팔의 첫 방송 전 기자간담회에서 "세 번째 시리즈는 잘 될 리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응팔은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징크스를 다시 한 번 깼다. 응팔을 통해 처음으로 시도된 금, 토 저녁 7시 50분이라는 파격 편성 역시 제대로 통했다.

응팔은 첫 방송 평균 6.7%, 최고 8.6%의 높은 시청률로 시작했다. 이후 꾸준한 시청률 상승으로 최종화에서 역대 케이블TV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tvN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은 물론 CJ E&M 전 채널 최고 시청률이기도 하다.

응팔은 방송 10주 연속 남녀 10대~50대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전 세대가 함께 보는 '공감형 콘텐츠'로 세대간의 소통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tvN 측의 자체 평가다.


또한 CJ E&M과 닐슨 미디어가 공동 발표하는 콘텐츠 파워지수(CPI)에서 11월 첫 주부터 둘째 주까지는 2위, 11월 셋째 주부터 12월 넷째 주까지는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등 상위권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응팔의 다시 보기 서비스는 CJ E&M 역대 VOD 매출 최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 '이웃사촌' 공통체 남아 있던 1980년대로의 시간여행

응팔이라는 옛 이야기가 전 세대를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었다.

응팔은 지금으로부터 28년을 거슬러 올라갔다. 10~20대에게는 모르거나 기억에 거의 없는 시절이며, 30~50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때다. 이 드라마는 반찬을 나눠먹고, 집안의 대소사를 함께 했던 이웃, 지지고 볶느라 소중함을 망각하며 살았던 가족, 이웃이라는 존재를 다시금 소환했다.

지금보다 많이 불편하고 촌스러웠지만, 지금은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감성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따뜻한 감성을 담은 응팔의 OST 역시 음원이 출시될 때마다 차트 상위권을 독차지하며 80년대 추억의 대중문화 열풍을 리드했다.

◇ 드라마 스타 캐스팅 한계 넘어선 '배우의 재발견'

국내 드라마 환경은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스타급 배우들을 캐스팅해 시청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홍보마케팅에 매몰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흥행에 대한 위험부담이 클 뿐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기시감 탓에 이야기에 대한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얼굴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연기력과 가능성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배우들을 대거 발굴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왔다.

응팔을 위해서도 제작진은 "대한민국 배우는 다 만나봤다"는 말이 돌 만큼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모든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명 연기를 펼친 성동일, 이일화, 김성균을 비롯해 라미란, 최무성, 김선영, 유재명 등의 중견배우들의 명연기에 호평이 이어졌다.

혜리, 박보검, 류준열, 안재홍, 이동휘, 고경표, 류혜영, 최성원, 이민지, 이세영, 김설 등 모든 배우들도 방송 시작 전 불거진 '미스 캐스팅'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명품 배우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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