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사태, 리스크 관리 부재가 부른 비극"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수 (문화평론가)

기획사 JYP 소속으로 지난해 데뷔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이 있습니다. 이름이 트와이스인데요.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한 명이 지금 큰 논란이 되고 있죠. 이야기는 지난 11월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이 대만인 멤버 쯔위 양이 한 TV프로그램에 나가서 자기나라 대만 국기를 흔들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이 장면을 보고 ‘아니, 지금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행동이냐, 저 가수, 저 그룹을 퇴출시켜라.’ 이런 엄청난 비난 여론이 쏟아진 거죠. 그러지만 대만에서도 ‘아니, 뭐가 대체 문제라는 거냐.’ 반발이 크게 일어나면서 한국, 중국, 대만간의 외교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인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이 문제 짚어보죠. 문화평론가 김성수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김성수 씨, 나와계세요?

◆ 김성수> 안녕하세요, 김성수입니다.

◇ 김현정> ‘마이리틀텔레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었죠.

◆ 김성수> 네, 그렇습니다.

쯔위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 김현정> 저도 동영상 봤습니다마는, 일본 출신 멤버는 일본기 흔들고 대만 출신 멤버는 대만기를 흔든게 그게 전부인거죠?

◆ 김성수> 그렇죠. 그리고 흔들었던 구체적인 장면은 또 본방송 때는 편집돼서 나가지 않았다고 해요. 이 프로그램은 원래 인터넷 1인 방송을 서로 다른 스튜디오에서 쭉 진행을 하고, 시청률에 따라서 1등을 주고 이런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러다보니 사전녹화 때 1인 방송이 실시간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때 이 장면이 동영상에 노출이 된 것 같아요.

그 상황에서,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 사나, 미나, 모모와 함께 쯔위도 자기 나라, 자국기를 침대 모서리에 끼워놓고 흔드는 모습이 있었는데. 그런데 이 모습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그런 모습으로 그때 당시에는 잠깐 문제가 됐다가 사라졌는데. 최근에 작곡가 황안이라는 사람이 중국에서 문제제기를 다시 했어요.

◇ 김현정> 이 사람은 대만인인데 중국에서 활동하는 그런 작곡가죠?

◆ 김성수> 네. 어떤 부분에 문제제기를 한 거냐면, 대만 연예인들 중에서 밖에 나와서 독립을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있다. 일종의 고발을 한 거죠. 거기에 쯔위가 들어간 것이고 저는 일종의 사상검증이라고 느껴지는데요. 쯔위한테 '네가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증명을 해라. TV에 나가서 왜 이런 짓을 했느냐' 이렇게 얘기를 한 겁니다.

◇ 김현정> 여기에서 좀 짚고 넘어갈 것이. 대만인이 대만 국기 흔든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까지 중국을 화나게 한 부분인가?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성수> 일단은 ‘92공식’이라고 합의를 했던 중국과 대만의 대합의가 있습니다. 이것은 중국이 대만의 체제를 보장해 주는 대신에, 국제사회에서는 국가 명칭을 쓰지 말아라라는 내용이 있고요. 대만 입장에서도 체제와 법과 수장이 다 다르다는 걸 인정받고 그러면 그 실리를 취하자고 해서 합의를 해 준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양자의 합의를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92공식’ 때문에 올림픽, 각종 국제행사에서도 대만은 중화민국이라는 국가칭호를 쓸 수 없고요. 그리고 문제가 됐던 청천백일기를 쓸 수가 없습니다. 물론, 대만 내에서는 자유롭게 흔들 수 있죠.

◇ 김현정> 어쨌든, 중국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금 JYP 소속 가수들 콘서트까지 취소되고 이러니까 JYP가 쯔위 양의 사과 동영상을 내놨어요.

◆ 김성수> 그렇습니다. 이게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어요. 쯔위가 정말 핼쑥한 얼굴로, 마음고생이 심한 그런 표정으로 나와서 써져 있는 글을 읽어내려갔거든요. 쯔위가 애초에 국기를 흔들었던 것이 뚜렷한 정치적인 식견이 아니었던 것 처럼, 이번에 사과 글을 읽는 모습도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힌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거죠. 다시 말해서, 누군가에 의해서 강요에 의해서 이런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었을까로 보이는거고. 그리고 박진영 JYP대표가 한술 더 떠서 우리가 쯔위를 잘못 가르친 것에 대해서 사과한다까지 얘기를 했어요.

(사진=유튜브 캡처)
◇ 김현정> 그러니까 이번에는 대만이 화가 난 거죠?

◆ 김성수> 그리고 중국이 그걸 딱 받아서 ‘그렇다, 우리는 다시 중국의 스타를 얻었다.’ 이렇게 표현을 했고요. 앞으로 이런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협박까지도 뒤에 붙였거든요. 그러니까 대만이 더 화가 난 겁니다. 쯔위가 불쌍한 것도 불쌍하지만, 중국이 이걸 다시 정치적으로 너무 이용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화가 난 것이죠.

◇ 김현정> 중국은 중국대로 화를 내고 대만은 대만대로 화를 내고, 지금 불똥이 우리 한류 전체 우리 문화 전체로 튈 조짐이 보인다고요?

◆ 김성수>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지금 JYP소속의 스타들의 공연이 다 취소되고 있습니다. 트와이스 쯔위는 중국 활동을 안 하겠다고 약속했죠.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냐면 LG유플러스라고 하는 회사에서 쯔위가 지금 제2의 설현처럼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거기에서 새롭게 론칭한 화웨이사의 신형 스마트폰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스마트폰의 광고 계약을 깨 버린 겁니다.

그러니까 LG의 입장에서도 쯔위를 당분간 중국에는 노출을 못 시키게 됐고요. 그런 상황에서 국내 광고에서만 제한적으로 쯔위를 내보내고 있는 그런 상황이니까. 한류 전체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중국의 자본은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화웨이사 같은 곳은 실제로 LG의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할 만큼 화제가 된 그런 폰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런것들이 사라지는 것이죠.

◇ 김현정> 대만에서는, 대만의 한 패션잡지사에서는 쯔위의 계약권을 JYP로부터 36억원에 우리가 사오겠다, '쯔위 데려오자' 이런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하죠?

◆ 김성수> 그렇습니다. 타이완 온라인 잡지 저스키에서 36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고요. 이외에도 대만 내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발언들이 나오고 있는데. 일단은 오늘 시위하겠다고, 시위에 참여하겠다고 한 사람이 1만명이 넘게 페이스북에서는 넘어갔고요. 5만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대만의 어나니머스는 JYP의 홈페이지를 공격을 했고요. 그래서 홈페이지도 먹통이 되기도 했죠.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17세 소녀가 예능 프로에 나와서 자기네 나라 국기 조그만 거 하나 흔든 게 지금 어마어마한 ‘나비 효과’로 펼쳐지고 있는 건데요. 쯔위의 행동 자체가, 이걸 참 17살 소녀를 비난할 수가 없는 건데요. 결과적으로 지금 가수 당사자하고 한류 전체에 엄청난 고통을 주게 된 이 현상. 양안갈등이 엄연한 현실에서 과연 콘텐츠 관리자들이 잘한 행동인가싶은데요.

◆ 김성수>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런 리스크 관리는 원칙이 있어야 됩니다. 그 원칙은 '문화는 문화고 정치는 정치다'이죠. 우리는 문화 콘텐츠 가지고 장사하는 데 여기에 정치적인 의도가 들어가 있을 리가 없다, 이렇게 얘기를 해 주고. 표현의 자유를 갖다가 억압하는 것 자체가 너희들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의 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다, 이런 얘기들을 정확하게 표명을 하면서 그 투트랙으로 대응을 했어야 됩니다.

실제로 JYP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는 투트랙으로 대응을 하다가 너무 큰 그런 파고가 몰려들 것 같으니까, 어쩔 수 없이 쯔위를 희생시켰다고 볼 수가 있는데. 그런데 이후에 중국이 이런 원칙들을 계속 적용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일본에 대한 우리의 태도, 중국에 대한 우리의 태도, 이런 것들 모두가 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 김성수> 그러면 우리가 어떤 문화 콘텐츠를 중국에 수출할 수 있겠어요. 오히려 이 기회에 정부가 나서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정부까지 나서서 수습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

◆ 김성수> 그렇죠. 사실은 나서서 이것은 (중국의) 내정 간섭과 같은 것 아니냐. ‘우리나라의 기업에서 문화상품 만들어서 내보냈고, 거기서 있을 수 있는 오해라고 한다면 그것은 회사끼리 풀게끔 만들면 되는 거지.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우리들의 자존심을 세울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죠. 김성수 씨 고맙습니다.

◆ 김성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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