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육대란, 대통령의 결단이 해법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아이들을 볼모로 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놓고 소모적인 벼랑 끝 대치를 계속하면서 교육계가 대혼란을 겪고 있다.

신임 교육부 장관이 최근 취임 직후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으나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아무런 해법도 찾지 못하면서 누리예산은 대통령의 공약으로 촉발된 만큼 결자해지 차원의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연초 대 국민 담화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교육감들 갈등에 대해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사실을 왜곡하면서 정치적 공격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사실상 교육부 장관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결과가 됐다.

박 대통령은 "금년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1조8천억 원 늘었고 지자체 전입금도 늘어 좋은 상황에 있다. 목적예비비도 정부가 편성해서 교육청에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감들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며 기존 정부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대통령의 인식이 이러한데 교육부장관이 시도교육감들과 머리를 백번 맞댄들 어느 한쪽이 완벽하게 두 손을 들지 않는 한 해법을 찾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가장 첨예한 법 해석의 쟁점은 어린이집이 보육기관이냐 교육기관이냐다. 그러나 한발 물러서 보면 법 해석을 둘러싼 논쟁은 지엽적이고 그냥 기 싸움처럼 보인다.


이 논쟁이 계속되면 전국어린이집연합회가 7개 시도교육감을 고발했으니 누리과정의 책임주체는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다.

그러나 재판을 통해 누리과정의 책임주체가 누구인지 가려달라고 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특히 전국교육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장휘국 교육감으로선 "우선 월급을 못 받는 어린이집 교사들을 위해서라도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광주시의 강권에도 불구하고 "원 포인트 예산편성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장 교육감이 만약 임시방편의 예산편성에 동의하면 그동안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줄기차게 중앙정부를 상대로 주장해온 국고편성 압박카드가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기에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광주시는 지난 18일 정부로부터 받은 어린이집 목적 예비비 96억 원에 대해 원 포인트 추경을 통해 우선 교부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광주시교육청에 보냈으나 시 교육청은 20일 국고지원이 이뤄지면 추경 등 절차를 밟아 광주시에 교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광주시는 특히 지난해에는 시교육청이 일단 관련 예산을 시가 집행하면 추후 결산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해와 우선 지급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같은 내용도 빠져 있어 교부 불가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광주시교육청은 어린이집 원아 2만147명과 유치원생 2만3907명의 누리과정 예산이 미편성되거나 의회 심의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1인당 29만원씩을 학부모나 보육기관이 부담할 처지에 놓였다.

광주지역 누리 예산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모두 합쳐 1268억원에 이르지만 이 중 유치원은 예년 같으면 매월 10일 이전에 관련 예산을 각 유치원으로 지급했지만 올해는 집행할 예산이 없어 단 한 푼도 내려 보내지지 않았고 25일로 예정된 교사 인건비도 체불될 위기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 충당으로 시·도교육청의 부채는 2012년 9조 원에서 2015년 17조 원으로 급증했다"며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사실 무상급식은 전국 진보교육감들의 선거공약이었다. 그리고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2012년 국민행복 10대 공약'인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모두 복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진보교육감들은 대거 당선되었고 박 대통령의 당선에도 일조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는 "무상급식은 진보교육감의 것이고 누리과정은 대통령의 것이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교육계에서는 진보 교육감들이 지나치게 무상급식 등 무상복지에 올인하면서 돈이 없어 정작 학교환경개선 사업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이번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싼 갈등봉합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 중앙정부가 누리과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보육대란이 4월 총선에 휩쓸리는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