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고 있는 것은 국민들 안전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서 걱정이 태산”이라고 밝혔다. 북한 또는 국제테러집단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국회에 테러방지법 조속 처리를 압박한 것이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지난해 11월 24일 국무회의), “국민의 안전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겨야 되는 정치권·국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12월 7일 여당 지도부 회동), “천하태평으로 있을 수가 있느냐…국민들이 책임을 물을 것”(12월 8일 국무회의) 등으로 이어진 국회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걱정이 태산’이란 표현에서 박 대통령의 좌절감이나 국회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게 드러난다. 이전까지의 태산은 ‘높아 봐야 하늘 아래 뫼’이거나 ‘커봐야 옮길 수 있는 것’이었고, 경고나 압박이 아니라 칭찬과 격려를 위해 쓰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2014년 5월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 때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은…’이란 양사언의 시조를 인용해 공기업 등의 개혁을 독려했다. 이 시조는 지난달 경제관계장관회의 때도 청년고용 문제 해소 등 정책 격려를 위해 읊어졌다.
2014년 8월에는 ‘사람이 마음을 모으면 태산도 옮긴다’(人心齊 泰山移)는 논어 구절로 태산이 거론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각계 봉사자들과의 ‘나눔 실천자 오찬간담회’에서 “이 말처럼 국민 한분 한분이 어려운 이웃을 향한 나눔을 실천할 때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은 그동안 주요법안 처리 지연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토로까지 해왔다. 이 말도 동일한 무게를 갖고 있는 것”이라며 “테러방지법 처리에 대한 대통령의 절실함과 진정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이 대표적 여야 쟁점법안이란 점에 따라 조속 처리는 난망이다. 야당은 “테러방지 관련 법제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식이 국정원의 권한 강화와 국민 감시체제 확립이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