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무림학교', 中 네티즌 지적에 발빠른 조치 왜?

지난 19일 방송된 KBS 2TV 드라마 '무림학교'에서 중국 위안화에 불이 붙어 있다.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 2TV 월화드라마 '무림학교'가 작품 속 한 장면을 삭제하기로 했다.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

지난 19일 방송된 '무림학교' 4회에서는 윤시우(이현우)와 왕치앙(빅스 홍빈)이 추위를 피하고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불을 피운 뒤, 땔감이 부족해 중국 돈을 꺼내 태우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극중 왕치앙은 중국 최대 재벌가의 아들이라는 설정이다.

이 장면은 중국에서 논란이 됐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 드라마가 자국의 화폐를 태우는 장면을 내보낸 것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논란이 커지자 '무림학교' 측은 "중국이나 중국 문화를 폄훼할 의도가 없었다"며 "두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빠르게 불을 피워야 하는 상황에서 왕치앙이 중국 돈을 꺼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재방송과 VOD 등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이 나간지 하루 만에 내린 삭제 결정이었다. 특히 국내가 아닌 중국 네티즌들이 제기한 논란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유는 무엇일까.

'무림학교'가 사전 단계에서부터 수출을 염두에 둔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KBS는 지난해 '무림학교' 제작 사실을 알리며 "사전 단계에서부터 전세계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화를 교류할 수 있도록 기획한 드라마"라고 밝힌 바 있다.

"KBS가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기획과 전략을 통해 신 한류열풍을 만들고자 한다"고도 했다.

'무림학교' 포스터
이를 위해 '무림학교'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배경부터 '글로벌 청춘 캠퍼스'로 잡았다. '무림학교'는 각기 다른 이유로 모인 다양한 국적의 교사와 학생들이 특별한 인생 교육을 통해 진정한 의협을 배워가는 글로벌 청춘 캠퍼스 '무림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또 주인공 중 한 명인 왕치왕 캐릭터를 중국 최대 기업 상해그룹 왕하오 회장의 사고뭉치 철부지 아들로 설정했고, 제작진이 직접 중국, 태국 등을 찾아 오디션을 진행해 외국 배우들을 캐스팅하기도 했다.

철저하게 수출을 고려하고 제작해온 '무림학교'가 중국 네티즌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최근 불거진 '트와이스 쯔위 사태'의 영향도 있다.

쯔위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재조명되면서, 최근 중국 내에서 '대만 독립 지지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사과는 일파만파 커졌고 중국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자칫 논란이 '쯔위 사태'처럼 크게 번질까 우려한 '무림학교' 측의 조치는 그래서 더욱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국내 일각에서는 '무림학교'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이제 드라마까지 중국 눈치를 보면서 제작해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무림학교'가 중국에서 비난받은 장면을 빠르게 삭제하겠다고 밝힌 것은, 최근 중국 자본이 국내 엔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시장, 특히 중국 수출을 고려해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이미 제작이 끝난 드라마도 현지 정서에 맞지 않거나 정치, 문화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있으면 해당 장면을 삭제한 뒤 수출하는 일도 잦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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