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정치의 비밀…열에 여덟 "정치인 믿는다"는 이유

KBS '다큐1' 2부작 '스웨덴 정치를 만나다'…정치인 12명과의 특별한 만남

(사진=KBS 제공)
#1. 시도우(70세·5선) 의원은 대학총장, 왕실 교육 책임자, 장관, 국회의장을 역임한 베테랑 정치인이다. 양복에 운동화를 싣고 가방을 둘러맨 아침 출근길, 버스 좌석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그를 아는 체하는 사람은 없다. 커피숍에서도 줄을 서서 기다린다. 사무실은 더 놀랍다. 전직의장, 5선 의원이 사용하는 공간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비좁은 공간에 책상·탁자·오래된 브라운관 TV가 전부다. 일손을 돕는 사람도 없다. 그에게서 권력의 냄새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여당 야당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이다. 그는 "정치인은 가난한 사람에게 더 많이 봉사해야 한다"며 "아주 적게 수당을 받고 일하는 것이 윤리적이고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 얀 린드홀름(66세·3선) 의원은 유치원교사 출신이다. 비좁은 사무실 한쪽에 작은 옷장이 보인다. 내부를 보여 달라고 하자 "지저분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설득 끝에 문을 열었다. 양복과 가방, 여러 켤레의 운동화가 보인다. 그는 "걸어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려면 신발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탁은 본인이 직접 한다. 그가 옷장에서 무언가를 들고 나온다. 의원 배지다. 은색 모양으로 보기에도 허술해 보인다. 배지를 달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배지는 봉사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표시일 뿐이다. 의원 배지보다 고향을 상징하는 배지를 더 좋아하고 이렇게 365일 달고 다닌다."


#3. 올레 토렐(48세·3선) 의원은 지난 4월 국회의장을 수행해 우리나라 국회를 공식 방문했다. 스웨덴 의원은 해외 출장시 꼭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가장 저렴하고, 빠르고, 친 환경적인 교통편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항공, 열차는 가장 싼 좌석을 이용한다. 영수증은 국회 사무처에서 확인하고 영구 보전하는데 누구든, 심지어 외국인에게도 공개한다. 그의 출장비 지출내역을 살펴보았다. 마이너스라고 적힌 항목이 보였다. 한국에서 접대 받은 식사비용을 출장비에서 반납한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아들을 얻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한다. 그는 "좋은 사무실과 교통편의를 제공받는다고 일부에서 비난하지만 국민과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리무진을 탄다면 커다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4. 힐레비 라르손(여·42세·5선) 의원이 지난 4년간 제출한 법안만 638개. 이틀에 한 개의 법안을 제출한 셈이다. 스웨덴 의원 가운데 최고다. 지역구는 남쪽 항구도시 말뫼, 의사당에서 50㎞ 이상 떨어진, 의원에게 제공하는 원룸 숙소에서 혼자 지낸다. 1인용 침대와 주방이 고작이다. 그녀의 하루는 살인적이다. 아침 7시에 출근하고 100여 통이 넘는 메일을 빠짐없이 읽고 답장한다. 본회의 상임위를 빠진 날은 없다. 밤 10시에 퇴근하면 휴대폰과 이메일을 통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사람과 만난다. 그녀에게 유일하게 행복한 시간은 화상 전화를 통해 어린 두 딸을 잠깐 동안 만나는 것이다. 그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많은 법안을 만들고 있다"며 "지역주민, 일자리현장, 시위현장도 찾아가고 메일, 언론을 통해 여러 가지 제안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정치가 국민에게 준 소중한 선물"

(사진=KBS 제공)
4·13 총선을 100일도 남겨 두지 않은 지금, 한국 정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사회 구성원들이 평등하고 더 좋은 삶, 더 좋은 사회를 꿈꾸게 하는 것이 정치의 임무라고들 말한다. '행복' '섬김' '신뢰' '소통'과 같은 익숙한 구호들이 또 다시 전국을 뒤덮고 있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보여지는 정치인들의 행위 안에서 국민은 뒷전이다.

KBS 1TV에서 매주 목요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다큐1'은 '스웨덴 정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1부 '행복을 만드는 마술사!'를 28일에, 2부 '정치(政治)가 꽃보다 아름답다'를 다음달 4일에 연이어 방송한다. 소위 '정치 선진국'으로 꼽히는 스웨덴을 통해 참된 정치의 모습을 그려보기 위함이다.

스톡홀름 최대 번화가인 드로트닝가탄, 강추위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대답은 한결같다. "행복합니다." 특히 '정치인을 신뢰하는지' 묻자 10명 중 8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시스템은 정치가 국민에게 선사한 소중한 선물이다.

80년 전 가난과 노사분쟁으로 절망에 휩싸였던 나라 스웨덴. 지금은 모두가 꿈꾸는 나라로 바뀌었다. 무엇이 절망을 희망으로 만든 것일까. 다큐1 제작진은 "바로 정치"라고 전한다.

제작진은 바쁘기로 소문난 스웨덴 국회의원, 시의장, 시장 등 정치인 12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답장을 받았고, 그들의 일상을 빼놓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말로만 듣던 스웨덴 정치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정치가 왜 중요한지 절감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스웨덴 의원은 365일 휴가가 없다, 회의에 참석 안하면 수당을 공제하고 의사 발언권을 박탈한다. 실적이 없으면 다음 공천은 물 건너간다. 언론의 감시와 유권자의 심판은 가혹하다. 그럼에도 "국가, 국민을 위해 일을 한다"는 거창한 대답 대신 "봉사하는 비정규직" 이라며 겸손을 보인다.

제작진은 "우리처럼 특권은 없지만 일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감사하다고도 했다"며 "이것이 행복국가 스웨덴을 만든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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