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5년째를 맞는 KBO 리그 얘기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로야구는 그동안 리그를 주름잡았던 국내 최고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했다.
메이저리그(MLB)만 해도 2012년 KBO 출신으로는 최초로 빅리그에 직행한 류현진(LA 다저스)을 비롯해 2014년 강정호(피츠버그)에 이어 지난 시즌 뒤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등 4명이다. 물론 복귀하기는 했지만 윤석민(KIA)도 2013시즌 뒤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파도 있었다. 이대호가 류현진에 앞서 2011시즌 뒤 대한해협을 건넜고, 오승환도 2014시즌 뒤 뒤를 따랐다. 이들은 일본 무대를 평정한 뒤 미국 본토까지 상륙해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에 새 둥지를 틀었고, 이대호 역시 세부 계약이 진행 중이다. 어쨌든 KBO의 MVP급 선수들이 2011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7명 정도 유출된 셈이다.
▲현역 ML 선수들, 한국행 러시
반대로 굵직한 외인들의 한국 진출 러시도 이어졌다. 현역 MLB 선수들도 있다.
지난해 시즌 중반 합류해 괴력을 뽐냈던 에스밀 로저스가 올해도 뛰는 한화는 27살의 젊은 빅리거 윌린 로사리오까지 합류했다. 1년 몸값이 로저스가 190만 달러(약 23억 원), 로사리오가 130만 달러(약 15억7000만 원)다.
KIA 역시 최근까지 빅리그에서 뛴 뛴 헥터 노에시를 170만 달러(약 20억5000만 원)에 영입했다. 2014년 MLB에서 선발 27경기 8승을 거둔 바 있는 선수다. 토종 선수들의 유출 공백을 외인들이 메우는 모양새다.
기존 외인들도 건재하다. 지난해 KBO 최초의 40홈런(47개)-40도루 대기록을 세운 에릭 테임즈(NC)는 올해도 강력한 MVP 후보다. 팀 동료 에릭 해커는 다승왕 2연패를 노린다. 가을야구에서 맹활약한 더스틴 니퍼트(두산)는 정규리그에서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박병호가 없다' 테임즈를 누가 막을 것인가
때문에 2년 연속 외국인 MVP의 탄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O 35년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역대 34명의 MVP 중 외인은 3명뿐이었다. 외국 선수 제도 도입 첫 해인 1998년 타이론 우즈(당시 OB)와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그리고 지난해 테임즈였다. 우즈는 당시 역대 한 시즌 최다인 42홈런을 날렸고, 리오스는 22승을 따내며 압도적 성적을 올렸다.
다만 이후에는 토종 선수들이 분전했다. 우즈의 충격 데뷔로 자극을 받았던 이승엽(삼성)이 이후 4차례 MVP를 받았고, 리오스 이후에는 김광현(SK), 이대호(당시 롯데), 윤석민(KIA) 등이 수상했다.
박병호는 그러나 올해는 미국에서 뛴다. 테임즈를 견제할 대항마를 토종 중에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홈런왕이 MVP에 다수 올랐던 역대 사례를 보면 그렇다. 테임즈는 지난해 홈런 3위였는데 홈런 1위, 2위(나바로)가 올해는 없다.
투수 MVP라면 20승 또는 3관왕 정도는 해야 가능하다. 토종 중에는 김광현, 양현종(KIA) 등이 꼽히지만 워낙 대형 외인 투수들이 가세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정상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 외에도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너도나도 더 큰 무대를 노리고 있다. 때문에 KBO 리그에서 외인 MVP는 심심찮게 등장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것이다.
과연 올 시즌 사상 첫 2년 연속 외인 MVP가 탄생할지, 아니면 토종 선수가 이방인들의 2연패를 막아서며 자존심을 지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