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이가 혼자 바둑 두고 잠자는 장면이 많아서 '응팔' 촬영장에서는 형들이랑 어울릴 기회가 적었어요. 나미비아 여행하면서 형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든 것 같아요. 좋아하는 '꽃보다 시리즈'로 예능 신고식을 치러서 영광이고요. 빨리 방송 보고 싶어요."
천재 바둑소년 '택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박보검은 아직 '응팔'을 떠나 보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작품이 국민적인 인기를 누린데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선후배들과 마음이 잘 통하고,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쌍문동 하면 '정'(情)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이웃끼리 챙겨주고 아픔을 보듬어주는 모습이 좋았어요. 특히 택이가 없어도 택이방에서 친구들이 노는 장면, 아버지 무성(최무성 분)과 김치찌개 하나 놓고 밥먹을 때 친구들이 반찬을 나눠주는 장면이 감동적이었어요."
박보검은 요즘 인기를 실감한다. "포털 메인에 저와 관련된 뉴스가 올라올 때마다 신기하고 감사해요. 팬까페 회원수도 5천명에서 5만명으로 급증했어요."
'응팔'을 통해 배운 것도 많다. "바둑을 둘 줄 알게 됐고, 나를 내려놓고 편안하게 연기하는 법을 조금 터득한 것 같아요. 특히 선배님들과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죠. 촬영현장을 학교라고 생각하고 겸손하게 열심히 하면 언젠가 저를 통해 배우는 후배들도 생기지 않을까요?"
박보검은 "19화 대본을 보고서야 제가 남편인 줄 알았다. 가끔씩 택이가 혜리에게 훅 치고 들어와도 택이가 남편일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꿈 속에서 혜리와 뽀뽀하는 장면이 꿈이 아니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고 웃었다.
박보검이 받은 대본엔 2015년 분량이 아예 빠져 있었다. "1화를 다 같이 봤는데 이미연 선배님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그럼 '우리 성인 역은 누가 할까' 궁금해 하면서 매회 촬영 때마다 설레였어요." 성인 택이 역을 소화한 김주혁에 대해서는 "좋은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류준열과 경쟁심리는 없었을까. "(남편이 되는 것에) 연연해하진 않았어요. 누가 남편이 되든 덕선이가 행복한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류)준열이 형이 대본 이상으로 정환의 마음을 잘 표현했어요. 많이 배웠죠."
실제 박보검은 어떤 아들일까. "2남1녀 중 막내에요. 한 가지에 몰두하는 건 택이랑 비슷하지만 더 밝고 활발해요. 하루 일과에 대해 말씀드리기도 하고, 집에선 제가 엔돌핀이죠." 그러면서 "'인기를 얻을수록 겸손하고, 깊게 생각해야 한다'. '정직하고 분별력 있게 행동하면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다'고 부모님이 말씀해주신다"고 했다.
박보검은 고3 때인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했다. 어느덧 6년 차가 된 그는 "촬영현장에서 '선배님' 소리 듣으면 민망하지만, 배우로서 마음을 다잡게 된다"며 "'응팔' 이후 제가 사이코패스로 나왔던 드라마 '너를 기억해'를 다시 보는 사람들이 많아 뿌듯하다"고 했다.
배우로서 박보검의 꿈과 목표는 뭘까. "청춘물, 순애보, 액션, 사극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고요. 다른 배우들이 같이 연기하고 싶어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에요."
박보검은 '응팔' 이후 전 국민이 알아보는 배우가 됐지만 여전히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혹시 저라고 눈치채셔도 눈인사 정도만 해주세요." 23살 청년은 말갛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