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은 16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KCC와 원정에서 종료 직전 전태풍(7점)에게 통한의 역전 결승 3점포를 맞고 71-73으로 분패했다.
31승21패가 된 오리온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도 2위에 오를 수 없다. 이날 원주 동부를 70-66으로 누른 울산 모비스와 KCC가 34승18패를 기록, 남은 2경기에 모두 져도 오리온에 1경기를 앞선다.
3위에 머문 오리온은 4위 안양KGC인삼공사(30승21패)에도 반 경기 차로 쫓겼다. 자칫 잘못하다간 4위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삼공사는 오리온보다 1경기 더 많은 3경기를 남겼다.
▲오리온에겐 너무 뼈아팠던 헤인즈 부상
당초 오리온은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지난 시즌 신인왕 이승현을 비롯해 4쿼터의 사나이 문태종, 지난 시즌 3점슛왕 허일영에 김동욱, 김강선 등 강력한 포워드 라인을 구축했다. 두 팀으로 나눠도 주전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리온의 화룡점정을 이룬 선수는 리그 정상급 득점원 애런 헤인즈(199cm)였다. 승부처 해결은 물론 팀원들을 살려주는 패싱 능력까지 보유한 헤인즈의 가세는 오리온으로서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그대로 적용됐다.
헤인즈는 시즌 1, 2라운드 연속 MVP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1라운드 평균 28.2점(1위), 8.9리바운드(5위), 3.7도움(6위), 1.7가로채기(2위)의 헤인즈의 전방위적 활약에 오리온은 8승1패 선두를 달렸다. 2라운드에서도 헤인즈는 25.3점, 8.7리바운드, 3.7도움, 1.4가로채기의 기록으로 7승2패를 견인했다.
단순 비교는 어렵고 가정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만약 헤인즈가 부상 없이 시즌을 치렀다면 오리온의 선두 수성은 무난했을 것이었다. 최소한 4강 직행은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헤인즈가 부상으로 빠진 지난해 11월15일 오리온은 2위 모비스에 3.5경기 차로 앞서 있었다.
▲한번 끊긴 흐름은 되돌아오지 못하고...
무엇보다 잘 나가던 흐름이 끊기면서 오리온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제스퍼 존슨(케이티)이 대체 선수로 제몫을 해줬지만 초반에는 몸이 덜 만들어져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진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헤인즈가 합류했지만 오리온은 예전의 사이클을 찾지 못했다. 헤인즈가 부상 이후 복귀한 7경기에서 오리온은 2승5패로 부진했다. 팀 전체가 한번 잃어버린 리듬을 찾지 못한 것이다.
특히 헤인즈 공백기에 존재감을 뽐냈던 잭슨이 혼란을 느낀 게 뼈아팠다. 헤인즈가 복귀하면서 역할 정립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잭슨은 지난 13일 우승의 분수령이던 모비스전 무득점을 비롯해 헤인즈가 복귀한 최근 6경기에서 3번이나 한 자릿수 득점에 머물렀다. 이 기간 오리온은 2승4패로 허덕였다.
오리온이 헤인즈 공백 속에 침체된 사이 모비스와 KCC가 치고 올라왔다. 오리온 독주는 모비스와 양강 체제로 변했고, 최근 10연승을 달린 KCC의 득세에 3강 체제로까지 바뀌었다. 그러다 오리온이 나가떨어지면서 KCC-모비스 2강 체제가 막판 형성된 모양새다.
만약 헤인즈가 건강한 상태로 시즌을 치렀다면? 모비스와 KCC, 둘 중 하나는 3위 밑으로 떨어졌을 공산이 크다. 두 팀의 외인들이 시즌을 큰 부상없이 꾸준하게 뛰고 있는 상황이라 오리온의 헤인즈 공백은 크게 작용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혹은 4강 직행팀은 그런 점에서 헤인즈가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날의 검처럼 헤인즈의 공백은 오리온의 뼈아픈 4강 직행 실패로도 연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