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민도 부러운 이미선의 위대한 500일

(사진 제공/WKBL)
여자프로농구의 '레전드'로 통하는 정선민 부천 KEB하나은행 코치와 대화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코트에서 몸을 푸는 이미선을 향했다.

맞대결을 앞두고 통산 500경기 출전이 임박했다고 얘기하자 정선민 코치는 웃으며 "얼마 전 삼성생명 박정은 코치와 우리도 이런 기록이 있는 줄 알았으면 더 뛸 걸 그랬다며 농담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한지) 3년 만에 후회하고 있다"고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선수로서는 더 이상 이룰 수 있는 것이 없어보이는 정선민 코치조차 "500경기 출전은 대단한 기록"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WNBA 무대에서도 뛰었던 정선민 코치는 통산 415경기에 출전했고 박정은 코치는 486경기에 뛰었다).

용인 삼성생명의 '살아있는 전설' 이미선(37)이 여자프로농구 통산 4번째로 500경기 출전 기록을 달성했다.

이미선은 27일 경기도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하나은행과의 원정경기에 2쿼터 막판 교체 멤버로 출전해 코트를 밟았다.


이미선이 1998년부터 오로지 삼성생명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는 점에서 기록의 의미는 더욱 크다. 신정자(583경기·신한은행), 변연하(543경기·KB스타즈), 김계령(501경기·은퇴) 등 이미선보다 먼저 5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 선수는 있었다.

그러나 한 팀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500일이나 코트를 밟은 이미선이 최초다.

18년 동안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고 코트 안팎에서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대기록이다.

이미선은 삼성생명이 26-35로 뒤진 2쿼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투입돼 침묵에 빠졌던 팀 공격을 조율했다. 삼성은 9점 차 열세를 5점 차로 좁혀 33-38로 전반전을 마쳤다.

하프타임 때 WKBL의 공식 시상식이 펼쳐졌다. 신선우 WKBL 충재가 이미선에게 상패를 전달했고 홈팀 하나은행은 축하의 꽃다발을 전했다. 삼성생명 구단은 이미선의 공로를 인정하고 축하하는 의미로 200만원의 상금과 선물을 건넸다.

데뷔 후 평균 33분을 뛰어 10.8점, 5.1리바운드, 4.5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는 이미선의 올 시즌 성적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이 이미선을 '조커'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팀이 흔들릴 때 투입해 경기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이날도 그랬다. 이미선은 후반전을 거의 풀타임 소화했다. 삼성생명은 차근차근 점수차를 좁히더니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이미선이 종료 3분51초 전, 67-67 균형을 깨는 3점슛을 터뜨려 결승득점을 만들어냈다.

이후 삼성생명은 스톡스의 자유투와 박하나의 속공을 묶어 74-67로 달아났다. 이미선은 팀이 74-72로 쫓긴 종료 16.4초 전, 상대 반칙작전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팀 승리를 지켰다.

이미선은 자신의 500번째 경기에서 20분 남짓 뛰어 7점 3어시스트, 알토란 같은 기록을 남겨 76-72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생명은 17승16패를 기록해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공동 3위가 됐다. 이미선은 개인의 대기록 달성과 중요한 팀 승리의 감격을 함께 누렸다.

이미선은 "농구를 오래 했는데 기록을 하나 세운 것 같아 기분이 좋다. 500경기를 채울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하다 보니 채우게 됐다. 한 팀에서 500경기를 뛴 것은 처음이라 나름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테랑답게 대기록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팀 동료가 '언니'의 대기록을 챙겼다. 이미선은 "경기 전에 키아가 내게 500번째 경기니까 나를 위해 꼭 이기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키아 스톡스는 이날 10점 13리바운드 6블록슛을 올리며 이미선과 함께 값진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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