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지난해 비참했다…이제 대학의 영광 찾을 때"

'지난 시즌 악몽 벗어났다!' 오리온 이승현(가운데)이 1일 동부와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승리를 예감하는 세리머리를 펼치는 모습.(원주=KBL)
전통의 강호 동부를 꺾고 9년 만의 4강 진출을 이룬 오리온. 1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동부와 6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을 이기고 3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냈다.

일등공신은 2년차 포워드 이승현(24 · 197cm)이다. 이승현은 3차전에서 양 팀 최다인 20점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웬델 맥키네스와 김주성 등 상대 장신들을 맡으면서도 3점슛도 4개나 꽂아 팀의 사기를 올렸다.

특히 부상 투혼이 값졌다. 이승현은 2쿼터 초반 레이업슛을 시도하다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 무릎 타박상을 입고 쓰러져 실려나갔다. 원래 부상이 있던 부위라 오리온 벤치는 근심이 하지만 이승현은 후반 돌아와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4쿼터 귀중한 3점슛을 포함, 6점을 집중시켰다.

이승현의 가치는 공격이 아니다. 상대 장신 외인을 부담해주는 수비에 있다. 올 시즌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199cm)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승현이 상대 장신 외인 선수를 맡았다. 헤인즈의 체격이 왜소해 골밑에서 버티는 힘이 적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 간판이자 KBL 전설 김주성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김주성은 "사실 헤인즈의 공격이 살려면 안에서 누가 버텨줘야 한다"면서 "예전 SK에서 헤인즈가 잘 나갔던 것도 최부경(상무)이 골밑에서 궂은 일을 다 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리온도 이승현이 골밑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버텨주고 있기에 외곽 공격이 가능한 것"이라면서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아픈 데 장사 없다' 이승현이 1일 동부와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쿼터 도중 왼 무릎 부상을 입어 실려나가는 모습.(원주=KBL)
이승현 역시 "이제는 더 이상 외인을 맡기 싫다"고 투정한다. 하지만 꿋꿋하게 버틸 수밖에 없다. 바로 팀의 우승을 위해서다.

6강 PO를 앞두고 이승현은 "다시는 지난 시즌의 비참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승현은 지난 시즌 신인왕을 받았지만 팀은 6강 PO에서 LG와 접전 끝에 져 4강이 무산됐다. 이승현은 "사실 대학 때 우승을 많이 했는데 6강에서 탈락하니 그런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면서 "그러나 또 겪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이승현은 고려대 시절 우승을 밥 먹듯이 했다. 괴물 센터 이종현(22 · 206cm)과 공포의 트윈타워를 이루며 승승장구했다. "1, 2학년 때는 우승이 없었지만 3, 4학년 때는 10번 정도 한 것 같다"는 이승현은 4학년 시절 대학리그 최우수 선수상까지 받았다.

그런 이승현이었지만 프로 첫 시즌 쓴맛을 봤던 것이다. 이승현은 "대학 시절 우승을 많이 했지만 프로에 와서 하는 우승은 천지차이일 것"이라면서 "누구나 다 주목하는 가운데 정상에 서고 싶다"고 강렬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단 오리온은 8일부터 열리는 정규리그 2위 모비스와 4강 PO를 넘어야 챔피언결정전에 나설 수 있다. 과연 이승현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우승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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