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아카데미 영화들'…극장에 몰아치는 여풍

극장가에 불어닥친 여풍이 심상치 않다. 영화 '귀향'을 비롯, 작품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카데미발 영화들에서 여성 배우들의 활약이 유독 눈에 띈다.

300만을 향해 가고 있는 '귀향'은 '위안부' 피해 소녀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지난 24일 개봉한 '귀향'은 '대중적이지 못한 소재'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관객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이끌어 냈다.

관람 과정이 만만치 않은 영화임에도 '귀향'이 커다란 힘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최근 한일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다시 주목받았을 뿐 아니라 이전보다 우리의 아픈 역사에 관객들이 공감·집중하는 분위기라는 것.


실제로 '귀향'이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라 그 불편함에 외면하기 보다는,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꼭 봐야 한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기성 배우들을 제외하면 '귀향'의 소녀들은 모두 신인 배우들이다. 10대~20대 초반으로 이뤄진 이 배우들은 심적으로 어렵고 힘든 연기를 몸소 소화해냈다. 배우 손숙까지 포함, 주인공 네 배우들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면서 잊을 수 없이 아픈 기억에 숨을 불어 넣었다.

3일 개봉한 영화 '룸'은 이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인 브리 라슨이 주인공을 맡은 작품이다.

'귀향'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7년 동안 지하실에 감금 당했던 여성이 아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얼핏 보면 이들의 감금 생활과 극적인 탈출 과정에 치중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온 이들 모자가 또 다시 어떤 감옥에 갇히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서로를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브리 라슨은 비참한 감금생활 속에서도 아들을 향한 모성을 잃지 않는 조이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열일곱에 납치·감금된 소녀가 한 인간으로, 어머니로 아픔을 극복해내는 과정을 밀착도 높은 연기로 펼쳐 놓는다.

마지막 주인공은 영화 '스포트라이트'다. 영화는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이 지역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파헤친 실화를 그렸다.

'스포트라이트'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을 휩쓸며 명실공히 그 작품성을 증명해냈다.

영화에 극적인 반전과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스포트라이트'는 영화 속 '스포트라이트' 취재팀처럼 어떤 변칙 없이 그들이 점점 진실에 접근해 가는 취재 과정을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눈 감고 외면한 진실은 거대한 무게로 돌아온다.

팀 취재가 이뤄지는 영화 특성 상,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여성 배우인 레이첼 맥아담스의 연기 변신은 흥미롭다. 주로 우리들에게 따뜻하고 감성적인 로맨스 영화로 기억되고 있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스포트라이트' 팀의 유일한 여성 기자 샤샤 파이퍼 역을 맡았다. 사랑스러움이 강조됐던 지난 날의 연기와 달리, 레이첼 맥아담스는 영화 내내 뛰어난 공감 능력을 보여주는 기자로 변신해 활약을 펼친다. 특히 피해자와 만나 진술을 듣는 장면은 어떤 식으로 기자들이 사건에 접근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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