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Mot)'이 건네는 위로 "느린 것도 나쁘지 않아"

[노컷 인터뷰]

밴드 못(Mot)(사진=유어썸머 제공)
"모든 게 부질없어. 헛되고 헛되었어…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무려 8년 만에 돌아온 밴드 못(Mot·이이언, 이하윤, 송인섭, 조남열, 유웅열)이 내놓은 정규 3집 '재의 기술(Ashcraft)' 타이틀곡 '헛되었어' 가사 중 일부다.

'헛되었어'는 5인조 체재로 새롭게 정비된 못의 밴드 사운드를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쉽게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라인과 코드진행에 대비되는 독특한 사운드가 균형을 이룬 이 곡은 '모든 헛되었던 순간들에 대한 찬가'로 만들어 졌다. "모든 게 부질없고 헛되었다"면서도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고 듣는 이에게 덤덤한 위로를 건넨다.

최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못은 이 곡에 대해 "조바심을 내면서 꿈을 좇는 분들에게 빠른 성공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생에 있어 중대한 목표를 빠른 시간에 달성했다고 치자. 과연 그게 성공한 인생일까. 그런데, 조바심을 내는 분들을 많이 봤다. 특히 꿈을 향해 달려가는 20대 분들이 그렇더라. 라디오에서 고민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성공을 위해 노력할 시간도 부족한데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면서 한탄하는 분이 많았다. 빠른 성공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목표를 향해가는 경로 자체도 소중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이언)

그야말로 '못스러운' 곡 설명이다. 지난 2004년 1집 '비선형'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못은 실험적인 사운드와 깊은 내면의 감정을 끌어낸 가사로 음악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평단의 마음까지 빼앗은 이들은 2007년 발표한 2집 '이상한 계절'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거머쥐었다.

"못은 '힘든 음악'을 한다. 모던 록이긴 한데, 특정 장르로 단정 짓긴 힘들다. 기존에 없던 사운드를 추구했고, 비슷한 레퍼런스가 잘 없는 음악이었기에 참신하다는 느낌을 준 게 아닐까 싶다." (이이언)

3집 '재의 기술'은 8년 만에 나온 새 정규 앨범이다. 2인조였던 못은 2008년 보컬 이이언의 성대결절과 기타리스트 지이의 탈퇴로 활동을 잠정 중단, 팬들 곁을 떠났다. 건강회복 이후 솔로로 활동해 온 이이언은 자신의 공연 세션 연주자였던 조남열(드럼), 이하윤(건반), 송인섭(베이스), 유웅렬(기타)을 정규 멤버로 받아들이고 팀을 재정비, 다시 '못'으로 돌아왔다.


"음악적인 재능과 기량이 뛰어난 친구들이었다. 원맨 밴드로 3집을 낼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이들과 공연을 하면서 같이 음악하면 잘 맞겠다 싶었다. 책임감, 자세, 마음가짐 등을 고려해 새 멤버로 받아 들였다." (이이언)

"(이)이언이 형이 곧바로 '하겠습니다'라는 답을 하길 원치 않으시더라. 신중하게 생각하길 원했던 거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다시 모였을 때 합류하겠다는 확답을 했다." (송인섭)

"군대 가기 전에 TV에서 못의 무대를 보고 '아, 이런 음악을 하는 팀도 있구나'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실 난 이번에 합류 제안을 받고 좀 망설이기도 했다. 하하. 농담이다." (유웅렬)

3집은 그렇게 다섯 명이 모여 1년 반이란 시간 동안 준비한 앨범이다. 총 11곡이 수록됐으며, 앨범명인 '재의 기술'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어떤 순간의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무언가를 되살려내는, 곡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창작행위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붙여졌다.

"'재의 기술'이라는 뜻의 '애쉬 크래프트(Ashcraft)'는 내가 만들어낸 조어다. 음악을 만드는 창작 활동은 순간의 기억, 경험을 되살려 내는 작업이라는 생각이다. 이미 재로 되돌아가 버린 것들을 되살리는 마법같은 어감인 거다." (이이언)

반응은 좋다. 아이돌그룹 틈바구니 속에서 당당히 CD 판매 순위 5위(교보 핫트랙스 기준)를 기록중이며, 가온차트에선 유일하게 100위권 내에 진입(24위)해 있는 상태다. 또한 오는 25~27일 서교동 웨스트 브릿지에서 열릴 콘서트 티켓은 3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공백기가 길었고 멤버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좋지 않은 평을 듣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변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고 그만큼 더욱 신중하게 작업한 앨범이다." (이이언)

"팀에 합류하고 처음 나온 앨범이라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았다. 팬들 반응도 가끔 살피고 있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웃음)" (유웅렬)

다시 돌아온 못은 콘서트, 음악페스티벌 등 다양한 무대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줄 생각이다. 멤버들은 "하루 빨리 공연장에서 팬들과 호흡하고 싶다"며 "최상의 연주를 보여드리겠다"고 입을 모았다.

"5인조 풀 밴드 체재로 첫 앨범을 만들면서 프로세스를 잘 정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탄력이 붙었으니 다음 앨범은 훨씬 빠른 속도로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팬들은 믿지 않으시겠지만. (일동 웃음)"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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