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인즈, 얼마든지 쏴" 유재학의 메시지 그러나…

모비스 함지훈을 상대로 돌파를 시도하는 오리온 헤인즈 (사진 제공/KBL)

"헤인즈의 득점을 너무 신경쓰지는 않는다"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만수' 유재학 감독이 설계한 게임 플랜은 명확했다. 고양 오리온의 애런 헤인즈는 분명 강력한 해결사다. 그러나 헤인즈 수비에 '올인'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5명이 골고루 득점을 하는 것이 가장 무섭다. 우리도 그게 이뤄질 때 경기에서 이겼다. 이 선수 저 선수에게 득점을 내주고 정신을 못 차리면 공격도 잘 안된다"는 것이 유재학 감독의 설명이다.

모비스는 지난 8일 오후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애런 헤인즈를 내버려두다시피 했다.

헤인즈가 돌파할 때 여러 선수가 달려들지 않았다. 도움 수비보다는 헤인즈의 마크맨에게 수비를 맡겼다. 헤인즈에게 외곽 오픈 기회도 자주 찾아왔다. 수비의 일관성을 잃지 않았다.

유재학 감독은 경기 전 "헤인즈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선수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그 수비는 막는 자의 몫이다. 헤인즈에게 도움수비를 너무 많이 가면 안된다. 오리온은 외곽이 좋은 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설명을 더 자세히 이어갔다.

유재학 감독은 "헤인즈가 SK에 있을 때와는 다르다. 당시 SK는 외곽이 좋지 않아 헤인즈를 집중적으로 막는 수비가 됐다. 오리온을 상대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2년 전 창원 LG와 챔피언결정전을 했을 때와 비슷하다. 그때 데이본 제퍼슨의 득점을 어떻게 막을지 고민이 많았다. 결국 제퍼슨에게 줄 점수는 줬다. 대신 외곽을 틀어막았다"고 덧붙였다.

헤인즈는 22점을 올렸지만 모비스는 오리온의 유기적인 패싱 게임을 철저히 차단했다. 정규리그 평균 득점 2위(81.2점)을 기록한 오리온의 득점을 69점으로 묶었다.

유재학 감독은 경기 후 "수비는 전체적으로 잘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차전 승리 팀은 오리온이었다. 69득점에 그쳤지만 모비스의 득점을 68점으로 묶었다.

또 3점슛 성공률 37.5%(16개 시도, 6개 성공)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정규리그에서 3점슛 성공률 38.4%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평균을 유지했으나 모비스의 강력한 압박 수비에 3점슛을 던질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러나 순간의 방심이 승부를 갈랐다. 오리온이 마지막으로 성공시킨 3점슛 한방은 모비스의 수비 실수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결정적이었다.

오리온은 65-66으로 뒤진 종료 34.1초 전 문태종의 3점슛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속공이 막혔고 문태종은 뒤에서 유유히 공격 코트로 전진했다. 이때가 오리온에게는 기회다. '얼리 오펜스(early offense)'다. 수비 라인이 정돈되기 전 3점슛 라인 부근에 도착한 문태종에게 공이 연결되면 그는 주저없이 슛을 던진다.

모비스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뼈아팠다. 유재학 감독은 "문태종은 그런 슛을 좋아하는 선수다. 트랜지션 연습을 많이 했다. 아이라 클라크가 후방에서 오는 문태종 쪽으로 가야 했는데 골밑으로 쫓아간 게 실수였다. 아쉬웠다"고 말했다.

유기적인 패스에서 비롯되는 3점슛 기회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모비스는 뜻을 이뤘다. 그러나 40분 동안 실수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리온은 막강한 화력을 갖춘 팀이다. 상대의 실수는 곧 기회다. 오리온은 상대가 실수하면 어떻게든 비수를 꽂을 수 있는 한방을 가진 팀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작은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 치열한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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