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타수 무안타' 김현수의 부진 어떻게 봐야 할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21타수 무안타로 고전하고 있는 볼티모어 김현수.(자료사진=볼티모어 홈페이지)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KBO리그였다면 '21'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달려도 이상할 게 없었던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시범경기에서 '21'타수 무안타 가뭄에 빠져있다.

김현수는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라이트하우스필드에서 열린 필리델피아 필리스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5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김현수의 시범경기 타율은 여전히 제로다. 21타수 무안타. 볼넷은 없고 삼진은 3개다.

잘 때린 타구가 계속 나왔다. 선두타자로 나선 2회초 첫 타석에서 좌익수 방면 워닝트랙으로 깊숙히 타구를 날렸다.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1,2루 사이로 안타성 땅볼 타구를 날렸으나 베이스와 멀리 떨어져있던 1루수 대린 러프의 호수비에 걸렸다.

세 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미국 볼티모어의 지역지 'MASN'은 이날 경기를 두고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김현수가 세 차례나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21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이다. 공을 잘 때리는 것 만으로는 그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범경기는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 정규리그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결과보다는 준비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때로는 결과가 필요할 때도 있다.

시범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슈퍼스타나 주전급 기량을 검증받은 선수들은 차분하게 시즌 준비에 임한다.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확실한 주전급이 아니거나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둔 선수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과정도 중요하나 최소한의 결과도 보여야 한다. 김현수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다.

볼티모어 지역지 '볼티모어선'은 이날 경기가 끝나고 '부진에 빠져있는 김현수가 오리올스의 인내심을 테스트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볼티모어는 김현수가 조만간 슬럼프에서 탈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김현수의 부진을 우려하는 기색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볼티모어는 좌익수가 필요했고 좌타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김현수를 영입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이 차분하게 김현수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은 그에게 호재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이 무한대는 아니다.

쇼월터 감독은 이날 경기 후 현지 언론을 통해 "김현수를 계속 뛰게 할 것이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다"라면서도 "마지막까지 문제가 있다면 조정에 들어갈 것이다.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쇼월터 감독은 시범경기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를 두고 "나는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의 성적이 나중에 얼마나 우스워질 수 있는지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범경기에 잘했다고 정규리그 때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범경기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김현수는 지금 메이저리그 투수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향후 결과가 좋다면 지난 과정은 얼마든지 재조명을 받을 수 있다. 그게 시범경기다.

중압감이 클 테지만 그래도 김현수는 이제 자신의 장점과 가능성을 보여줘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은 김현수가 타구를 계속 날리고 있다는 점, 삼진이 적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보다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는 더 명확한 '결과'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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