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이 뒤바꾼 흥행…'귀향'+'동주' 400만의 의미

1940년대에 관객들이 응답했다. 영화 '귀향'과 '동주'가 12일을 기점으로 각기 새로운 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의미있는 역사를 썼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2일 '귀향'과 '동주'는 각기 300만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귀향'은 303만814명, '동주'는 101만3천405명을 기록했다.

'귀향'과 '동주'의 공통점은 일제시대 말인 1940년대 우리의 아픈 역사를 그렸다는 것이다.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녀들의 참혹한 실상을, '동주'는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절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 영화와 함께 개봉해 사랑받고 있는 신작들은 많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이고, '갓 오브 이집트', '런던 해즈 폴른' 등 외화들이 상위권에 올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향'과 '동주'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영화는 모두 흥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작은 영화다. 더욱이 일반적인 '비상업영화'가 아닌 무겁고 아픈 역사적 진실을 담고 있어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대체로 한국에서 흥행하는 영화들은 '액션' 혹은 '스릴러' 장르의 거대 상업영화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 작품은 대체로 유쾌하거나, 몰입감이 높다. 보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진실을 드러내는 '귀향'과 '동주'에 관객들이 얼마나 응답할지는 예측불가였다.

이는 개봉까지 14년 걸린 '귀향'이 투자를 받지 못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조정래 감독은 많은 투자사들에서 '대중성이 부족하다'며 퇴짜를 맞았다. 그 결과 '귀향'은 7만5천여 명의 후원자들이 모금한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시작 역시 크게 유리하지 못했다. '귀향' 개봉 당일 상영관은 513개였고, '동주'는 그보다 적은 374개를 받았다. 그러나 꾸준한 관객들의 유입에 따라 스크린수와 상영횟수가 늘어났고 지금과 같은 성적을 거뒀다.

3·1절의 역할도 컸다. 온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독립을 부르짖었던 그 날, 관객들은 영화관으로 가 '귀향'과 '동주'를 보며 그들의 마음을 되새겼다. '귀향'은 이날 하루 2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동주'는 5만 명 가까이 되는 관객들과 만났다.

최근 벌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 논란'과 '역사 교과서 논란'은 두 영화를 찾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일련의 상황들은 '뜨거운 감자'가 됐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거대한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일까. 대다수 관객들은 '귀향'과 '동주'를 심각한 주제의식을 담아 지루하거나, 보기 껄끄러운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힘들지라도, 꼭 보아야 하는 영화로 간주했다. 이것을 단순히 애국심이나 민족주의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관객들은 영화라는 콘텐츠를 통해 주체적으로 역사를 되돌아보고 기억했다. 결국 조정래 감독과 이준익 감독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희망에 불과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그것을 현실로 만든 이들은 다름 아닌 '잊지 않고자' 돌아 본 관객 한 명, 한 명이다. '동주' 속 대사처럼 '개인 내면의 변화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귀향'과 '동주'의 조용한 흥행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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