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흑백·떡수…이세돌 VS 알파고 승부처 '셋'

13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제4국. (사진=한국기원 제공)
◇ 또 중앙이 승부처? 이세돌이 둘 '신의 한 수'

이세돌 9단은 4국에서 '신의 한 수'로 불리는 78수로 중앙을 파고들었다.

알파고가 예상치 못한 수에 우왕좌왕하는 사이,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하변에 형성한 흑집을 무너뜨렸다. 결국 알파고는 'resign'(사직하다·물러나다)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돌을 던졌다.

과연 이세돌 9단은 마지막 대국인 5국에서도 이 같은 전략을 취할까. 확률은 반반이다.

대다수 프로 기사들과 바둑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중앙'이 약하다는 것을 파악했고, 이 전략을 끝까지 가져갈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숨겨진 전략'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2국 이후 이세돌이 절친한 프로 기사들과 밤을 새웠을 때, 알파고를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극비' 전략 세 가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4국 때 던진 '승부수' 역시 이 중의 하나였다.

네 번의 대국으로 알파고의 약점을 더 파악했을 것이기 때문에 4국보다 창의적이고 치밀한 '수'를 갖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흑' 잡은 이세돌, 승기도 잡을까

4국이 끝난 후, 이세돌 9단은 스스로 '흑'을 쥐길 자청했다. '백'으로 알파고를 이겨봤으니, '흑'으로도 승부를 겨뤄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문제는 '백'을 쥔 알파고가 지금까지 '완전무결'한 바둑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세돌 9단의 말처럼 알파고는 '흑'일 때 종종 허점을 보였지만 '백'일 때는 빈틈을 내주질 않았다.

프로 기사 조혜연 9단은 '백'인 알파고의 바둑을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는 궁극의 바둑'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상황은 낙관적이다. 이세돌 9단이 이미 알파고를 한 번 이겼기 때문.

'자신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이번에도 어떻게든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흑'을 쥔 이세돌이 이전 대국들과 다르게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운용할 지가 관건이다.

◇ '무결점' 알파고, 치명적 실수가 관건

이해할 수 없는 수는 많았지만, 필요하지 않은 수는 없었다. 3국까지 알파고는 끊임없이 '바둑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국을 펼쳐 나갔다.

기계인 알파고는 실수를 해도 흔들리지 않고 잘 둬도 자만하지 않는다. 애초에 '정신'이 없기 때문에 '정신력' 싸움에서는 당해낼 자가 없다. 수 역시 '끝까지 본다'.

그러나 4국에서는 달랐다. 중앙 허점을 꿰뚫은 이세돌의 78수에 말려, 어처구니 없는 '떡수'를 남발했다. 거기에서 승부가 갈렸고, 알파고는 돌을 던졌다.

이세돌은 4국 이후 인터뷰에서 알파고의 이 같은 실수를 두고 '버그나 다름없는 수'라고 평가했다. 알파고가 미처 읽을 수 없는 인간의 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세돌 9단의 창의적인 수에 맞서, '진화하는' 알파고가 스스로의 약점을 얼마나 보완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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