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노재욱·문성민' 현대캐피탈 역전 드라마 쓸까

"정신 없이 경기했어요." 3차전에서 여유를 되찾은 노재욱(가운데). (사진=현대캐피탈 제공)
V-리그 챔피언결정 1~2차전을 내리 OK저축은행에 내준 최태웅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해법으로 꼽았다. 18연승 신기록과 함께 정규리그 우승을 만들어낸 현대캐피탈이 와르르 무너진 이유가 바로 '긴장', 그리고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캐피탈의 두 기둥이 흔들렸다.

노재욱은 우려대로였다. 사실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 우승 세터지만, 노재욱은 이제 프로 2년차다. 주전으로 뛴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그런 노재욱에게 챔피언결정전이라는 무대는 긴장의 연속, 실수의 연발이었다.

문성민은 주장으로서의 부담감이 너무 컸다. 선수들의 사기를 고민하느라 오히려 자신의 공격을 못했다. 1차전 11점, 2차전 10점. 1~2차전에서 35점을 올린 OK저축은행 송명근에 밀렸다.

두 기둥이 정신 없이 흔들리니 현대캐피탈은 당연히 휘청했다.

최태웅 감독은 "부담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것 같다. 부담 갖지 말라는 것조차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면서 "3차전을 앞둔 연습에서 선수들이 상당히 불안해하더라. 연습을 하는 데 티가 확 나더라. 연승 때와 달리 불안해했다"고 설명했다.

◇노재욱, 소리 지르고 자신감 회복

최태웅 감독은 21일 훈련을 마친 뒤 노재욱을 불렀다. 그리고 "3초 동안 뛰면서 소리를 질러보라"고 주문했다. 긴장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노재욱을 깨우기 위한 조치였다.

결국 노재욱은 깨어났다. 특히 3차전 3세트 작전타임 후에는 혼자 소리를 지르면서 긴장을 이겨냈다. 최태웅 감독도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장은 이겨냈지만, 여전히 정신 없이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고 있다. 노재욱은 "(훈련 때는) 좀 처량했다. 지금은 정신이 없다. 형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면서 "부담감도 있었는데 안 된 것만 생각하다보니 더 주눅이 들었다. 감독님이 화도 내보시고, 좋은 말도 해주시고, 편하게도 해주셨다. 결국 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여유가 생기니 토스도 살아났다. 한 쪽으로 토스가 몰리지 않았다. 오레올이 36.14%, 문성민이 32.53%의 공격점유율을 가져갔다. 두 센터 신영석, 최민호의 득점도 16점(공격 9점)이었다.

최태웅 감독도 "노재욱이 마지막에 희망을 보게 했다"면서 "아무래도 재욱이가 여유를 갖고 분산을 시킬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주장으로서 부담감 떨쳐버려야죠." 3차전에서 부활한 문성민. (사진=현대캐피탈 제공)
◇문성민, 부담 버리고 과감한 스파이크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해외에 진출했을 정도로 문성민은 단연 국내 최고 공격수. 정규리그 554점으로 국내 공격수 중 3위에 올랐다. 득점은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지만, 올 시즌은 팀을 위해 연타 공격을 자주 쓴 까닭이다.

그런 문성민이 챔피언결정전에서 흔들렸다.

1차전에서는 쥐까지 났다. 5세트에서는 오레올의 '몰빵'을 지켜봐야만 했다. 최태웅 감독이 "습관이다. 중요한 경기에서 쥐가 난다. 아무래도 압박감이 있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아쉬워했다. 2차전에서 공격성공률은 55.56%로 조금 살아났지만, 득점은 10점이었다. 팀도 0-3으로 완패했다.

주장으로서의 부담감이 너무 컸다. 1차전을 풀세트 접전 끝에 내준 뒤 팀 분위기에 대한 고민으로, 정작 경기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문성민은 "스스로 조금 힘들었다. 정규리그를 굉장히 잘 하면서 분위기가 업 돼있었다"면서 "1~2차전을 내리 지면서 분위기가 정반대로 다운됐다. 그런 것을 어떻게 바꿀까 생각도 했다. 그런 부분은 주장으로서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해법은 정규리그에서 찾았다. 18연승 때처럼 '즐기는 배구'로 돌아갔다. 문성민은 3차전에서 공격성공률 51.85%에 16점으로 오레올(26점)의 뒤를 단단히 받쳤다.

문성민은 "상대가 어떤 플레이를 하든, 세게 나오든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자고 했다. 스스로 즐기자고 이야기했다"면서 "상황에 따라 세게 때리거나, 상대가 받기 어렵게 때리려 생각한다. 다만 감독님께서 너무 정직하게 시키는대로만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과감해야 할 때는 좀 더 과감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3차전 후 "현대캐피탈의 본 모습이 나왔다"고 말했다.

2005년 출범한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두 경기를 내주고 승부를 뒤집은 경우는 없다. 정규리그에서 이미 기적을 쓴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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