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잭슨의 나홀로 3점슛과 '에밋 GO'의 차이

고양 오리온의 조 잭슨 (사진/KBL)
고양 오리온 조 잭슨의 3연속 3점슛은 전주 KCC와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3쿼터에 타져나온 3점슛 3개 가운데 혼자 드리블을 하면서 코트 중앙선을 넘어가 3점슛 라인 앞에 도착하자마자 던진 '원맨쇼'도 있었다.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가 밥 먹듯이 연출하는 장면이다(물론, 커리는 더 멀리서도 던진다).

커리를 제외하면, 이처럼 원맨 속공과 3점슛이 결합하는 극단적인 슛 시도 장면은 늘 평가가 엇갈릴 여지가 있다.

과감한 플레이인가, 무리한 플레이인가, 둘은 한끗 차이다.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하면 최악의 공격 시도가 될 수도 있다(골든스테이트처럼 아예 그린라이트를 주는 팀도 있긴 하다).

그런데 고양 오리온은 속공 과정에서 3점슛 기회가 오면 주저없이 던지는 팀이다. 그렇다면 추일승 감독은 조 잭슨이 혼자 드리블을 하다 바로 던지는 속공 3점슛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간단명료했다.

"다른 선수가 쏘는 건 괜찮다"

추일승 감독의 답변이다.

그는 "속공 과정에서 빠른 타이밍에 3점슛을 던지는 건 괜찮은데 조 잭슨 말고 다른 선수들도 슛을 던져봐야 슛 감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속공 3점슛은 양날의 검이다. 성공하면 과감했다는 평가를 받으나 실패하면 차라리 골밑까지 들어가 확률높은 슛을 노리는 게 더 낫지 않았으냐는 아쉬움을 남긴다.


오리온은 과감한 플레이를 즐기고 또 잘하는 팀이다. 그렇다면 조 잭슨에게 그린라이트를 줄 법도 하다.

그러나 조 잭슨의 '원맨' 3점슛 만큼은 경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 잭슨은 5대5 공격을 할 때 애런 헤인즈와 더불어 볼 터치가 많은 선수다. 잭슨의 주도로 이뤄지는 공격이 많다. 속공에서도 볼을 독점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할 게 없다.

잭슨은 빠르다. 속공에 강하다. 잭슨이 압도적인 스피드로 골밑까지 파고들어 시도하는 속공은 오리온의 주무기다. 다만 추일승 감독은 속공과 2차 속공 상황에서 골밑 공략이 여의치 않을 때는 잭슨이 자칫 허무할 수도 있는 외곽슛을 시도하기보다는 동료들을 활용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이렇다. 오리온은 볼 소유욕과 득점 본능이 강한 외국인선수들의 성향 안에서 5명이 함께 하는 농구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돌이켜보자. 오리온은 시즌 초반 돌풍의 팀이었다. 헤인즈의 득점력이 불을 뿜었다. 당시 나머지 9개 구단들이 헤인즈의 득점 이상으로 경계했던 것은 헤인즈가 돌파로 수비진을 뒤흔들고나서 외곽으로 내주는 패스, 유기적인 볼 움직임이었다.

성격이 여리고 득점 본능이 강한 조 잭슨은 자꾸 패스를 강조하는 코칭스태프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리온의 철학은 확고하다. 이제는 조 잭슨도 적응했다. 2차전에서 9개의 어시스트를, 3차전에서는 7개를 기록했다.

이처럼 오리온은 5명이 함께 하는 농구를 한다.

전주 KCC는 요즘 그게 안 된다. KCC의 정규리그 우승 원동력인 '에밋 GO'가 막히고 있다.

확실한 에이스 안드레 에밋이 터지는 날은 늘 KCC가 이겼다. 에밋이 잠잠하자 KCC도 고전한다. 추승균 감독은 3차전이 끝나고 "에밋이 공격할 때 나머지가 다 가만히 서 있었다"며 "헤인즈가 늘 멀리 떨어져서 수비를 하기 때문에 그 매치업의 선수가 스크린을 많이 가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며 아쉬워 했다.

KCC는 접전이나 위기의 순간 에밋이 공격을 풀어주는 농구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KCC가 거침없이 질주했던 정규리그 막판을 돌아보면 에밋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태풍과 하승진 등이 에밋에게서 파생되는 공격을 살려 시너지를 발휘했다.

1차전 승리 이후 2경기 연속 20점 차 이상의 완패를 당한 KCC가 풀어야 할 과제다. 오리온은 5명이 공격을 하지만 KCC는 에밋 혼자만이 공격을 하는 것 같다. 지난 2,3차전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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