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의 천하통일! 고양시, 농구 축제에 빠지다

29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KCC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6차전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에서 120-86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오리온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체육관에 도착했다. 고양 오리온과 전주 KCC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이 열리는 29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 이날 현장 판매는 오후 4시부터 예정됐지만 3시가 넘은 시간부터 표를 사려는 팬들의 줄이 꽤 길게 늘어져 있었다.

경기 개시 시간은 오후 7시. 그보다 1시간 전인 오후 6시에 오리온 구단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현장 좌석 판매분도 다 나갔다. 지금 입석 표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고양시 체육관이 한국 농구의 메카 같았다.


그만큼 농구 열기가 뜨거웠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 고양 오리온은 시즌 초반부터 애런 헤인즈와 문태종, 김동욱, 이승현, 허일영 등을 앞세워 1위를 질주했다. 헤인즈의 부상으로 위기가 찾아왔으나 조 잭슨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고양시에서 조 잭슨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는 아이돌과 같은 존재다. 아버지를 따라 종종 농구장을 찾은 한 어린이 팬은 TV 만화영화를 보고 나서 "아빠, 저 주인공이 조 잭슨처럼 빨라"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오리온이 시즌 중 실시한 포토티켓 이벤트에서도 조 잭슨의 인기가 단연 톱이었다고.

6차전이 열린 체육관에서 무려 5,770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올 시즌 오리온의 홈 경기 최다관중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의 5,355명이다.

이미 4차전 관중수에 구단 관계자들은 감격한 눈치였지만 6차전의 열기는 그 이상이었다.

오리온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1쿼터부터 공격이 불을 뿜었다. 1쿼터 종료 2분을 남기고 오리온과 KCC 모두 야투 13개를 던져 9개씩 넣었다. 그러나 KCC는 서서히 힘이 빠졌다. 오리온은 계속해서 골을 성공시켰다.

림도 맞지 않는 허일영의 3점슛 행진에 관중들은 열광했다. 김동욱의 골밑 공략과 헤인즈의 중거리슛이 터질 때도 함성 소리가 체육관을 뒤덮었다. 서서히 차이가 벌어졌다. 오리온은 65-40으로 전반전을 마쳤고 후반 들어 점수차는 30점 이상 벌어졌다.

KCC는 의욕을 잃었다. 이후 경기는 고양시 팬들만의 올스타전과도 다름 없었다. 조 잭슨을 필두로 화려한 농구 쇼가 펼쳐졌다. 오리온의 야투 감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정확해졌다.

오리온이 4쿼터 종료 4분 여를 남기고 주전 5명을 모두 벤치로 불러들였다. 승리를 확신한다는 시그널이었다. 오리온 팬들은 기립해 선수들에게 박수를 건넸다. 축제의 현장이었다.

결국 오리온이 KCC를 120-86로 제치고 최종 전적 4승2패로 정상에 올랐다. 대구에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지 5년 만에 거둔 쾌거다. 120점은 역대 챔피언결정전 한 경기 최다득점 타이기록이다.

이로써 오리온은 김승현이 혜성같이 등장했던 2001-2001시즌 이후 처음이자 통산 두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추일승 감독은 프로 사령탑 데뷔 후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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