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비난을 무릅쓰고 '윤성환-안지만'을 올렸나

'정말 죄송합니다' 도박 스캔들에 연루된 삼성 우완 윤성환(왼쪽)-안지만이 3일 두산과 홈 경기를 앞두고 1군에 합류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앞서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대구=삼성 라이온즈)
삼성 우완 듀오 윤성환(35)-안지만(33)의 1군 합류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외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가 아직 끝나지 상황에서 출전하는 데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둘은 3일 두산과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가 열리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2군에 머물던 둘이 1군 선수단에 처음 합류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불거진 도박 스캔들로 한국시리즈(KS) 명단에서 빠진 뒤 처음이다. 둘은 2014시즌 뒤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 도박방)을 사용하고 외국환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아 수사를 받아왔다. 다만 최근 수사에 진전이 없어 경찰이 참고인 조사 중지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이다.

지난 1월 이들은 팀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아직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의식한 때문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달 18일 KIA와 시범경기에 앞서 이들의 등판을 발표하려다가 구단의 만류로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아직 비난 여론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는 점은 구단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부담에도 삼성은 왜 뜨거운 감자인 이들을 안은 것일까.

▲먼저 뚫은 KIA-임창용 '무죄 추정의 원칙도'

일단 함께 도박 스캔들에 연루됐던 임창용(40)의 거취 결정 이후 삼성의 결단이 이어진 점은 이미 알려진 부분이다. KIA가 먼저 임창용을 끌어안으면서 삼성이 상당 부분 윤성환, 안지만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모양새였다.

지난달 28일 오전 KIA는 임창용 영입을 발표했고, 오후 개막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류 감독이 윤성환, 안지만의 정규리그 기용 방침을 밝혔다. 임창용은 둘과 함께 지난해 KS 명단에서 제외된 데 이어 올해 삼성에서 방출됐다. 또 다른 도박 스캔들 연루 선수인 오승환(세인트루이스)과 함께 1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도 전체 시즌의 50%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얘들아, 형이 먼저 맞았다' 지난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임창용(오른쪽부터), 안지만, 오승환, 윤성환 등 전, 현 삼성 투수들이 기념촬영을 한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여기에 아직 수사 결과나 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은 부분도 삼성의 결단을 앞당긴 요인이다. 사법적 판단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미디어데이 후 "언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데 둘을 2군에만 둘 수 있는가"라면서 "일단 정규시즌은 뛰고, 혹시라도 경찰 수사가 진척되고 유죄가 확정되면 그때 KBO나 구단이 징계를 내리는 방법이 최선이 아닐까 한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까닭으로 이들은 3일 선수단 복귀 인터뷰에서 말을 아꼈다. 유무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사과의 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자칫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은 고개를 깊이 숙인 뒤 윤성환이 대표로 나서 "야구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야구에만 전념해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만 말했다. 이후 재차 다시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인 뒤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1분 가량의 짧았던 사과에 논란이 더 커진 부분도 있다.

▲개막 2연전에서 통감한 '윤-안의 공백'

기왕 이들의 정규리그 출전은 이미 지난달 28일 결정이 된 사항이다. 이런 가운데 개막전 이후로 이들의 합류가 미뤄진 것은 또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개막전부터 둘이 나설 경우 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특히 올해 개막전은 신축구장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첫 공식 경기였다. 잔칫날의 분위기가 자칫 망쳐질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둘이 개막 2경기를 치른 3일 합류한 것도 공교롭고 흥미롭다. 당초 삼성은 두산과 개막 2연전을 힘겹게 치렀다. 1일 개막전은 선발 싸움에서 밀렸고, 2일은 비록 짜릿하게 이기긴 했으되 불펜이 흔들려 승기를 잡고도 막판까지 접전을 펼쳐야 했다.

'이겼어야 했는데...'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첫 공식 경기이자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공식 개막전에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기뻐하는 사이 삼성 선수(왼쪽)가 아쉬워 하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이들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터였다. 삼성은 개막전에서 선발 차우찬이 6이닝 4실점(3자책)으로 다소 흔들렸다. 역대 개막전에서 평균자책점(ERA) 1.71로 강했던 윤성환이었다면 역사적인 첫 신축구장 경기의 승리투수가 될 만했지만 두산의 '삼성 킬러' 더스틴 니퍼트가 6이닝 1실점으로 영예를 안았다.

2일 경기도 삼성은 힘들었다. 중반 이후 필승 카드가 부족했다. 삼성은 6회 구자욱의 2루타로 5-4로 앞서나갔다. 지난해까지라면 철벽 불펜을 앞세워 리드를 지킬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안지만이 빠져 있었다. 결국 삼성은 8회 장필준이 동점을 허용해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물론 8회말 타선이 폭발, 대거 5득점하면서 이기긴 했지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안지만이 있었다면 삼성은 필승조 심창민이 8회 나섰겠지만 마무리가 없어 대기해야 했다. 경기 후 팀 최고참 이승엽은 "아 정말 힘들게 이겼다"면서 "오늘도 지나 했는데 피를 말리는 경기를 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경기들을 치렀던 류 감독과 삼성인 만큼 둘의 합류를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류 감독은 3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고, 오늘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공격도 공백' 지키는 야구가 더 중요해졌다

둘의 조기 합류가 꼭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비단 마운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년과 달라진 삼성의 공격력 때문에라도 윤성환, 안지만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삼성은 알려진 대로 거포 2명이 빠졌다. 지난해 홈런 2위(48개) 타점 3위(137개) 야마이코 나바로(지바 롯데)와 홈런 13위(26개) 타점 7위(116개) 박석민(NC)이 이적했다. 여기에 통산 타율 3할의 중장거리포 채태인도 넥센으로 떠났다.

전설 이승엽(40)을 비롯해 4번 타자 최형우, 떠오르는 신예 구자욱 등이 있다지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1일 개막전에서 삼성은 두산과 같은 8안타에도 스코어는 1-5였다. 삼성은 모두 단타였고, 두산은 홈런 2개로 3점을 냈다. 류 감독은 경기 후 "안타가 산발이었고, 홈런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물론 삼성은 2일 이승엽과 최형우의 홈런, 구자욱의 2루타 2방 등으로 화끈하게 설욕하긴 했다. 그러나 화력이 예년에 비해 떨어지는 것만큼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개막 2연전 동안 "나바로와 박석민은 언제든 역전을 시킬 수 있는 한방을 가진 무서운 선수"라면서 삼성 타선의 공백을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승엽아, 올해도 믿는데이~' 삼성 이승엽(왼쪽)이 2일 두산과 홈 경기에서 3회 팀의 라이온즈파크 1호 홈런을 때려낸 뒤 류중일 감독의 격려를 받는 모습.(자료사진=삼성)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키는 야구가 필요한 것이다. 김 감독의 말처럼 경기 중후반 해결사로 나설 선수가 적어진 만큼 선발이 리드를 지켜야 하고, 불펜이 버텨내야 하는 삼성이다. 윤성환, 안지만이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삼성은 올해가 더욱 중요한 시즌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라이온즈파크를 개장한 첫 시즌이다. 34년 동안의 대구시민구장 시대를 마감하고, 새 구장의 역사가 시작되는 첫 해다. 그런 만큼 우승이 절실하다. 류 감독은 지난 시즌 중 "사실 올해보다 내년 새 구장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윤성환, 안지만이 있어도 장담하기 어려운 우승이다. 둘이 빠진다면 NC, 두산 등 강호들과 경쟁에서 이겨내기 힘들다. 사실 지난해 KS에서도 삼성은 이들과 임창용의 공백으로 투수력에 밀려서 전인미답의 5연패가 무산됐다.

일단 윤성환, 안지만 기용에 대한 부담은 삼성이 각오한 부분이다. 류 감독은 3일 "두 투수 모두 여론의 매를 맞고 경기장에서 야유도 나올 것"이라면서 "다른 방법이 없고 무조건 야구를 잘하고 (비난 여론을) 참고 견뎌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뿐 아니라 삼성 전체가 안고 가야 할 굴레다.

여기에 시즌 중 둘에 대한 수사 결과, 혹은 유죄 판결까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윤성환, 안지만과 삼성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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