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낮은 투표율, 마냥 꾸짖을 일만은 아냐"

[나에게 투표란 ⑤]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젊은이들 분투 중"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인들은 국민의 소중한 권리인 투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CBS노컷뉴스가 그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 줄 연속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혜리 "투표는 권리이자 힘, 여러분 함께해요!
② 영화감독 이준익 "선거는 혁명…투표 포기는 '셀프디스'"
③ 웹툰작가 김보통 "투표 안 하면, 안 바뀝니다"
④ 장도연 "웃는 국민과 우스워 보이는 국민의 차이, 투표에"
⑤ 청년유니온 위원장 "젊은층 낮은 투표율, 마냥 꾸짖을 일만은 아냐"
(계속)


지난 2월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총선 D-50, 2016 총선네트워크 출발 기자회견'에서 청년들이 투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선거철마다 젊은층의 낮은 투표율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국내 첫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김민수(26) 위원장은 "젊은이들의 낮은 투표율을 두고 마냥 꾸짖을 일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저는 '꼭 투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누기 어려운 조건에 있는 청년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제 경우 일의 성격상 일상적으로 사회·정치 이슈에 노출 돼 있으니 그런 생각을 어렵지 않게 나눌 수 있어요. 하지만 주변의 또래 친구들을 보면, 예컨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 현장에 나가 장시간 노동을 하는 친구들은 사회·정치 이슈에 접근할 통로 자체가 막혀 있는 경우가 많죠."

결국 "젊은층이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와 함께 '투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조건'도 함께 고려 돼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 김 위원장의 견해다. 그는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낮은 현실에서, 한국의 청년들이 분투하고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투표율의 국제 비교를 보면, 2000년대 들어 20대 투표율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2000년대 중반 굉장히 낮아졌다가 2010년 넘어서면서 다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대단히 드문 현상이라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정치에 대한 젊은층의 기대치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청년들은 애를 쓰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김 위원장은 "다른 한편에는 젊은이들이 투표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끔 만드는 어떤 질서가 있다"며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젊은 사람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고심하는 만큼, 우리 역시 젊은이들을 꾸짖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투표를 할까'를 두고 젊은이들과 함께 변화를 모색하는 여타 국가의 흐름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7년째 청년유니온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최근 들어 벌어지고 있는 청년문제를 접할 때면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단적으로 지난 2월 청년 실업률이 12.5%예요. 통계 기준이 새로 적용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죠. 첫 직장이 비정규직인 비율도 최근 2년 사이 10%나 늘었어요. 일자리 자체가 적을 뿐더러 일터를 구해도 소득·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인 거죠. 이러다보니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는데, 지난 2월 시험에서는 역대 최고치인 22만 명을 기록했잖아요. 청년 문제가 간헐적으로 드러난 적은 있어도, 지금처럼 종합적으로 나타난 적이 있어나 싶을 만큼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20대 총선에 대해 "한국 사회의 위기 극복에 있어서 갖는 의미가 대단히 크다"고 설명했다. "청년 문제뿐 아니라 한국의 사회·경제·문화가 종합적인 위기를 맞이한 만큼, 이러한 물길의 방향을 트는 데 정치의 역할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의 의미가 대단히 큰 데도, 주요 정당에서 치르고 있는 선거전의 양상이 너무 한가한 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듭니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처한 삶의 위기가 너무도 절박합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와 민주주의가 필요한 건데, 지금 주요 정당들이 선거에 임하는 태도는 '그들만의 리그', 나쁘게 말하면 '직업 정치인들의 동아리 모임'처럼 보여요. 예를 들어 TV 화면에서는 엄청난 것을 두고 승부를 벌이는 것처럼 비쳐지지만, 실제 들여다보면 의석을 두고 '내가 갖냐, 네가 갖냐' 싸우는 거잖아요.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정말 한가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 "더 나은 세상, 투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사진=청년유니온 제공)
청년유니온이 4·13 총선을 앞두고 여러 청년단체 회원들과 함께 '총선청년네트워크'를 꾸리고 각 정당의 공약을 비교·분석하는 등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도 '우리네 삶과 맞닿아 있는 정치'의 모습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이번 총선 국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TV에 나오는 정치 이슈가 내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라는, 정치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떨어져 있는 탓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고, 그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봐요. TV 속 우리네 삶과 동떨어진 정치 이슈보다는,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경험을 공유하자는 측면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치에 대한 실망과 무관하게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면서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투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투표가 끝난 이후 정치인들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철이면 항상 '정치인들은 이럴 때만 굽신거린다' '선거 끝나면 입을 닫는다'라고 비판하시잖아요. 저는 일단 시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투표는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투표가 변화의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봐요.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가 끝난 뒤 다음 선거가 치러지기까지의 기간에 있으니까요. 정치인들이 자신을 지지해 준 시민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른바 '책임의 정치'를 작동시키는 구조를 일상 속에서 만들어야 하는 거죠. 정치인들이 '약속은 지킨다'는 신뢰를 시민들로부터 얻어내려 애쓰게 만드는 것,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연장선 위에서 김 위원장은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보다는, '좋은 정치'가 작동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려는 의지를 공유할 수 있는 긴 안목과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길게 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번 총선에서 투표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애쓰는 과정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선거 결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잖아요. 누가 이기고 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그 당선자가 시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책임지는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있으니까요."

"선거 결과에 비분강개해 젊은층 등 다른 시민들에게 원망의 감정을 갖기보다는, 좋은 정치가 만들어지려면 투표 참여만으로는 어렵다는 점을 서로 인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어떠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까'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차분하게 갖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길게 보면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움직임들을 보면 놀랄 때가 많아요. 새롭게 활동하는 청년들의 모습, 사회 공익을 위해 일하는 많은 분들을 접하면서 감동을 받고 '애쓰는 사람은 애쓴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힘들이 모이면 좋은 정치, 좋은 사회를 기대해 볼 만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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