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지나친 우려먹기 어디까지?…과하면 '독'

'태양의 후예' 스페셜 방송 예고 영상(사진=KBS 제공)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열기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거세다. 그 와중에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 KBS의 끝나지 않은 '태후' 앓이

KBS 역시 '태후'를 쉽게 놓으려 하지 않는 모양새다. KBS는 '태후' 종영 한 주 뒤인 지난 20~22일 3부작으로 '태후' 스페셜 방송 '또 만나요 태양의 후예 에필로그'를 내보냈다. 금요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는 안중에 없는 이례적인 편성이었다. 시청률은 높았지만, '재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스페셜 방송 마지막 날이었던 22일에는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KBS는 당일 오후 갑작스럽게 간담회를 열겠다고 통보해 취재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KBS 정성효 드라마 국장은 이 자리에서 "국내 신드롬을 넘어서 제3의 한류라는 신화를 썼다", "제2의 '태후' 제작에 나서겠다" 등 자화자찬을 했다. 결국 '태후'를 활용한 KBS 띄우기 자리였던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KBS는 자사 프로그램에서 끊임없이 '태후'를 언급하고 있다. '연예가 중계'에서 '태후' 관련 내용을 다루고, '개그콘서트'에선 '태후'를 소재로 한 개그가 이어진다. 신규 예능프로그램 '배틀트립'은 출연자들이 '태후' 촬영지를 방문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문화평론가 하재근 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인 KBS가 하나의 히트 드라마에 목을 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지나친 '우려먹기'는 결국 '태후'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까지 하락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지자체 "'태후' 열풍 우리도"

(사진=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제공)
지자체도 잇따라 '태후'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태백시는 '태후' 촬영지인 태백 옛 한보탄광 일대 세트장을 복원하기로 했다. 강원도와 KBS, 드라마제작사 뉴(NEW)가 속한 태양의 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는 지난 18일 세트장 복원과 관련한 최종 회의를 하고 오는 6월 말 목표로 복원한다는 데 합의했다.

대전시는 주인공 송중기의 친가를 활용할 생각이다. 송중기의 친가가 있는 동구 세천공원에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안내시설을 확충하기로 한 것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지난 22일 "송중기 친가가 있는 세천공원에 안내·관광시설을 확충하고 소요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도지만, 무리한 '태후' 마케팅으로 예산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한보탄광 일대 세트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드라마 촬영이 끝난 뒤 모두 철거된 상태라 복원 비용이 20억 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지역문화이벤트연구소 이각규 소장은 "세트장을 복원해 관광 명소로 만들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꾸준히 있어 왔다. 하지만 성공 사례 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았다"며 "드라마 인기가 오래 가기 힘들고, 유지·보수 관리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어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트장 조성이 아닌 '태후' 한 작품을 위해 만들어진 세트장을 복원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조금 더 장기적인 계획을 짜고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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