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각 팀 감독은 사전 공개된 자료를 통해 개별 선수들의 기량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감독들이 준 점수의 총합으로 24명 선수의 1차 순위가 가려졌다. 이들이 입고 경기한 운동복에 새겨진 번호가 바로 그 순위다.
이들 가운데 익숙한 얼굴도 있다. 과거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에서 활약했던 미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와 아르파드 바로티(헝가리)가 그 주인공이다. 가스파리니는 4번, 바로티는 9번으로 상위권에 자리해 다시 한 번 V-리그 무대를 누빌 가능성이 있다.
시몬과 그로저, 모로즈, 오레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V-리그를 누볐던 지난 시즌과 달리 새 시즌은 다소 평준화된 선수들이 V-리그 무대에서 활약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이미 V-리그를 경험한 이들에게 각 팀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현장에서 만난 가스파리니는 “다시 한국에서 뛸 수 있다면 현대캐피탈에 가고 싶다. 다른 팀에 가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바로티 역시 마찬가지다. 2013~2014시즌 OK저축은행의 전신인 러시앤캐시에서 활약했던 바로티는 ‘비운의 용병’이다.
당시 바로티는 러시앤캐시의 첫 외국인 선수였다. 당시만 해도 러시앤캐시는 V-리그 남자부의 막내였고, 경기력도 안정되지 않은 상태. 바로티는 V-리그 28경기를 뛰고 562점을 올리는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이후 바로티는 유럽 무대로 복귀해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트라이아웃을 통해 다시 한 번 V-리그로 복귀하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바로티는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해 달라는 부탁에 “아마도 경험이 쌓인 만큼 지금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한국에서의 경험도 있고, 모든 면에서 준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한국에서의 경험이 바로티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된 듯했다. 러시앤캐시 입단 당시부터 화려한 문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바로티는 왼팔에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그는 “한국에서의 좋은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헝가리로 돌아가 내 이름을 문신했다”면서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5개월 동안 좋은 경험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팔뚝을 들어 보였다.
자신만만한 바로티지만 다음 시즌 V-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트라이아웃 첫날 바로티의 경기를 지켜본 각 팀 감독의 평가는 엇갈렸다. A팀 감독은 “여전하다”면서 바로티의 기량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평가를 했다. 하지만 B팀 감독은 “과거 한국에 있을 때보다 기량이 늘었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바로티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이틀뿐이다. 세 차례 연습 경기, 그리고 각 팀 감독과 만남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려야 한다. 바로티가 다시 한 번 V-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는 13일 드래프트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