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아닌 '여성' 살해"…연예계 '강남역 사건' 애도 물결

래퍼 제이케이, 배우 강예원, 래퍼 키디비, 이송희일 감독. (사진=스톤쉽 제공, 자료사진, 엠넷 제공, 네이버 영화 캡처)
아직 못다 핀, 나이 스물셋 여성의 무고한 죽음에 연예계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활동 분야는 각자 다르지만 이들 모두 강남역 살인사건에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래퍼 제리케이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다.

그는 "덜 조심해도, 덜 겁내도 되는 삶은 특권이다. 남자라는 이유로 얼마나 큰 특권을 누리고 살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피해 여성을 추모했다.

해당 사건이 단순한 '묻지마 살인'이 아닌 '여성혐오 살인'이라는 점에도 공감했다.


제리케이는 "남성에게는 '어머니, 딸, 여친, 애인, 아내'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여성에게는 '나'일 수도 있는 일"이라며 "'당신의 어머니, 딸, 동생, 여친, 아내일 수도 있다'는 문장은 가장 낮은 수준의 설득이다. 문명사회라면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로 충분해야 한다" 꼬집었다.

이어 "SNS를 통해 넘어오는 갖가지 경험담에 깜짝 놀란다. 왜냐하면 난 남자라서 당해본 적이 없거든. 그리고 분노하지만 그 분노가 공포로 전이되지는 않는다. 난 남자라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자신에 비춰 여성들이 겪는 혐오와 공포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래퍼 키디비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강남역 출구 유리에 붙은 한 장의 추모 포스트잇 사진과 함께였다.

포스트잇에는 '나는 너다. 너의 죽음은 곧 나의 죽음이기도 하다'는 살인사건 피해자인 여성에게 건네는 추모 문구가 쓰여 있다. 키디비는 SNS에 "삼가 곡인의 명복을 빈다"는 짧지만 진심어린 애도를 표했다.

배우 강예원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SNS에 추모 포스트잇이 가득한 강남역 출구 사진을 게시했다.

이와 함께 "피해는 한 명의 여성이 당했고, 범인은 한 명의 남성이지만 우리 모두가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사안이 중대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해당 사건이 사회에서 함께 풀어 나가야 할 문제임을 강조했다.

영화 '후회하지 않아', '야간비행'의 이송희일 감독은 SNS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강남역 살인사건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만만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 살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단지 한 여성이 살해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자행된, 그리고 앞으로 자행될지도 모를 수많은 여성들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그가 말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죽음'에는 '남아선호에 의한 여아 낙태, 데이트 살해, 이주 여성 및 성 노동자 살해, 익명의 (여성) 육체를 멸하는 상징적 살해' 등이 포함된다.

이 감독은 "가해자들은 한결같이 '우발적으로', '여자가 무시해서', '말을 듣지 않아서'와 같은 변명을 답습해 왔을 뿐"이라며 "명확한 젠더 살인에 대해 일반화하지 말라고 거품 무는 남자들은 한국 여성들이 밤에 느끼는 그 거대하고도 일반적인 공포를 생각하면서 입을 다무는 것이 좋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성 혐오·차별과 이에 따른 여성들의 공포를 방조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건넸다.

이송희일 감독은 "여기는 구조화된 젠더 폭력의 세계이고, 여성들의 공포를 방조하는 세계다. 범죄자를 '사이코패스'화하고 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건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극명한 정치적 모순을 가리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뻔뻔한 위장술"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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