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22일 부산지검 외사부(김도형 부장검사)가 전북 소속 스카우트 C씨를 우호적인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두 명의 심판에 뒷돈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히면서 전북의 ‘공든 탑’은 와르르 무너졌다.
자타공인 ‘K리그 리딩 클럽’으로 평가됐던 전북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지난 경남FC의 사례보다 컸다. 전북 스카우트 C씨가 두 명의 심판에 건넨 돈은 총 500만원. 100만원씩 총 5차례에 걸쳐 전달됐다. C씨에게 돈을 받은 두 명의 심판은 이미 경남에 뒷돈을 받은 혐의로 K리그에서 퇴출된 4명 중 일부다.
수천만 원의 금품이 전달된 경남의 사례에 비하면 액수는 적었지만 금액의 차이가 잘못의 차이가 될 수는 없었다. 최근 K리그 클래식을 2연패하는 등 K리그 최고 수준의 전력을 자랑하는 ‘챔피언’마저 ‘검은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북 팬을 포함한 국내 축구팬의 배신감과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이 때문에 전북의 ‘심판 매수’와 관련된 C씨는 물론, 전북에도 과거 경남의 징계 이상의 강력한 징계가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과거 이탈리아 세리에A의 승부조작 사건에서 2부리그 강등과 승점 9점 삭감의 중징계를 받은 유벤투스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조만간 상벌위원회를 열어 C씨와 전북에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멜버른 빅토리와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전북 관계자는 “C씨는 2002년 구단에 입사했다. 연봉만 1억원이 넘고, 작년 같은 경우는 1억7~8000만원은 가져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씨가 두 명의 심판에 500만원을 건넬 충분한 재정적 능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개인의 일이지만 구단에서도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면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재차 구단의 개입이 아닌 C씨의 단독 문제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시아 챔피언’을 목표로 하는 전북은 ‘심판 매수’ 사태가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최소한의 영향을 끼칠 수 있게 하려는 모습이었다. 모기업에서도 ‘심판 매수’로 인한 구단의 이미지 추락을 최소화하라는 별도의 주문도 있었던 만큼 이날 경기의 승리가 더욱 절실했다.
한편 지난 1차전 원정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던 전북은 이날 경기에서 전반 29분 프리킥 선제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26분 결승골까지 꽂아 넣은 레오나르도의 맹활약을 앞세워 2-1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후반 39분 만회골을 허용했지만 1, 2차전 합계 3-2로 앞선 전북은 2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