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영화 흥행 공식, 벗으니까 통하네

독특한 색채를 가진 한국 영화들이 초여름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나홍진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이야기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과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현재 각기 박스오피스 1위와 3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곡성'은 6일 기준 644만2천926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다. 여전히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700만 관객 돌파도 머지 않았다.


'아가씨'는 현충일 연휴 기간(6월 4일~6월 6일) 동안 134만3천919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200만 명을 가뿐하게 돌파했다.

이는 청소년 관람불가(이하 청불) 등급 영화 중에서는 가장 빠른 흥행 속도로, 청불 박스오피스 1위인 '내부자들'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두 영화의 공통적인 특징은 감독의 색이 매우 짙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다수 영화가 따르는 화려한 액션, 기승전결이 분명한 이야기, 뛰어난 개연성 등의 흥행 공식을 한참 벗어나 있다. 비록 부문은 다르지만 이들 영화는 나란히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곡성'은 나홍진 감독의 실험적인 요소들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는 연쇄사건 범인을 찾는 추격전에 초월적인 존재들을 더해 미스터리 스릴러를 완성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 곳곳에 다양한 암시와 해석의 여지들을 남겨놨고, 결말조차도 애매모호하게 끝맺었다. 이것이 '곡성' 분석이라는 관객 피드백으로 돌아와 흥행이 시작됐다.

'아가씨'를 보자. 단순히 동성애와 수위 높은 노출에만 집중하기에는 이 영화 역시 독특한 미학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가져오면서 건축과 의상, 미술 등이 완전히 다른 색으로 바뀌었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다. '아가씨'는 최근 국내 주류 상업 영화들에서 보기 힘든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여성 주체가 억압과 권력을 전복시키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꿔나가는 지점이 그렇다.

분명한 해피엔딩과 로맨스를 지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박찬욱 감독 영화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도 화려한 색채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범상치 않다.

이 같은 흥행은 그간 국내 박스오피스를 차지했던 천편일률적인 한국 영화에 염증을 느낀 관객들의 움직임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단순히 실험에서 끝나지 않고 탄탄한 연출력과 나름의 매력만 갖춘다면 공식을 따르지 않아도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흥행 공식을 벗어던진 국내 영화들이 앞으로도 관객들을 매혹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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