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여자농구, 리우를 잃었지만 박지수를 얻었다

'네 미래는 밝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비록 본선 진출을 이루지 못했지만 박지수(17번)라는 대형센터 재목을 얻었다. 사진은 벨라루스와 조별예선에서 김단비(왼쪽), 양지희 등 언니들의 격려를 받는 모습.(낭트=대한농구협회)
8년 만의 올림픽 진출이 무산된 한국 여자농구. 19일(현지 시각)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최종 예선 5위 결정전에서 유럽의 강호 벨라루스에 39-56으로 분패하며 출전권을 내줬다.

2008 베이징 대회 이후 끊겼던 올림픽의 꿈이 다시 좌절됐다. 한국 농구에게 2012 런던올림픽은 남의 집 얘기였다. 절치부심, 리우행을 노렸지만 끝내 출전 티켓을 쥐지 못했다.

하지만 빈손으로 귀국하는 것은 아니다. 끈질긴 수비와 활발한 외곽 공격 등 한국 농구 특유의 장점이 살아났다. 이번 대회 강아정(국민은행), 김단비(신한은행) 등 한국 슈터들은 빼어난 외곽포로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향후 10년을 이끌 대형센터를 발굴한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바로 195cm의 장신 소녀 박지수(18 · 분당경영고)다. 이번 예선에서 박지수는 유럽 장신들과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벨라루스와 조별 예선에서는 13점에 리바운드 14개를 걷어냈다. 여기에 종료 직전 과감한 골밑 1대1 플레이에 이은 절묘한 스핀무브로 역전 결승점을 올리며 66-65 짜릿한 역전승의 일등공신이었다.

비록 한국 여자농구의 올림픽 출전은 무산됐지만 미래가 밝아진 이유다. 하은주(202cm), 김계령(190cm) 등의 은퇴로 얇아진 한국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줄 자원이다.

박지수가 19일 벨라루스와 5위 결정전에서 상대 수비 속에 슛을 시도하는 모습.(낭트=대한농구협회)
이날 경기 후 위성우 감독(우리은행)은 "결과적으로 졌기 때문에 아쉬움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한국 여자농구가 많이 위축된 상태에서 박지수라는 대형 센터가 나왔고 비록 올림픽 진출은 좌절됐지만 이런 대회에 나와 유럽 강호들과 경기하면서 좋은 경험을 하고 아주 많은 걸 얻어가는 대회였다"고 결산했다. 이어 "앞으로 박지수가 인사이드에서 조금 더 성장하게 되면 한국 여자가 내외곽으로 더 좋은 플레이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한국은 예선에서 이겼던 벨라루스에 5위 결정전에서 완패한 것은 체력적 한계도 있었지만 공격 루트가 읽힌 게 컸다. 신들린 3점포에 대해 상대가 철저하게 준비하자 막힌 공격이 뚫리지 않았다. 박지수가 향후 더 성장해 풀어줘야 할 문제다. 골밑 수비를 붙들어 외곽 기회를 열어줘야 하는 것이다.

박지수도 깨달은 게 많았다. 경기 후 박지수는 "한국에서 체력적인 부분을 위 감독님께 배워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주로 수비, 리바운드 중심적으로 했는데 공격에서도 너무 언니들만 보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결과는 비록 탈락이지만 많이 얻어가는 것 같고 언니들과 좋은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한국에 가서도 느낀 걸 잊지 않고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언니들의 든든한 지지 속에 커가는 박지수가 있기에 한국 농구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노리는 한국 여자농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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