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고 총동창회 측은 27일 충남 공주시 공주고등학교에서 교직원, 학생 등을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열어 사업 취지와 준비 현황, 계획 등을 발표한 자리에서 김 전 총리의 흉상 건립을 결정했다.
공개로 진행하려던 사업 설명회는 총동창회와 교직원 간의 갈등으로 공개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다 결국 비공개로 진행됐다.
총동창회 측은 공주고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역사관 리모델링을 하고 역사관 내 '공주고를 빛낸 인물 코너'에 김종필 전 국무총리 흉상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직원과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은 흉상 건립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김 전 총리가 5·16 쿠데타를 일으키고 굴욕적 한일협정을 맺은 주역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JP 흉상 교내 중앙 정원에 제막식(7월 9일, 토)예정, 5·16쿠데타, 굴욕적 한일협정 주역 JP 흉상건립 반대"라고 쓰인 현수막과 "지금이 유신이냐! 공작 흉상 폐기하라!" 을 들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3학년의 경우, 자율 학습까지 무기한 거부하며 김종필 흉상 설립 반대 의지를 표명해왔다.
하지만 교직원을 포함한 학교 구성원들은 학생들을 위해 이 문제를 더는 길게 끌어선 안 된다며 이날 오후 흉상 건립에 동의했다.
1시간 30여 분이 지나 설명회가 끝난 뒤 박 대표는 "이 문제를 더 끌고 가면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 결국 흉상 설치에 동의했다"면서도 "애초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보고 간 교문 옆 중앙 정원이 아닌 학교 뒤편에 세우는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교직원이 제안한 학교 뒤편 장학 동산에는 공주고를 졸업한 저명 인사들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여전히 민주화를 역행해온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흉상을 신성한 학교에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학교 정상화를 위해 차선책을 선택했다. 학생들 볼 낯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주고 총동창회 임갑묵 총무국장은 "그동안 소통이 잘 안 됐는데 선생님들과의 협의 끝에 흉상 설치를 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그 위치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흉상 건립이 결정됐지만, 건립 장소를 둔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셈이다.
많은 동문 중 김 전 총리의 흉상을 세우는 이유에 대해선 "정치적 의미가 아니라 학교를 빛낸 훌륭한 동문이니까 세우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공주고 총동창회 일부 회원들의 주도로 '흉상건립추진위원회'가 꾸려져 흉상 세우기가 추진됐으나 학교 구성원과 지역 사회의 반발로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