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듯한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연출하며 힘겹게 이틀 연속 세이브를 달성했다.
무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해 제구 난조를 보이며 적잖은 실점을 했다. 그러나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했다. 마무리 투수에게 탈삼진 능력이 왜 중요한가를 입증하며 끝내 역전만큼은 허용하지 않았다.
오승환은 4일(한국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 팀이 9-4로 앞선 9회초 무사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9회초 등판한 샘 투이베일라라가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한채 무사 만루 상황에 처하자 세인트루이스는 5점차 리드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을 호출했다.
오승환은 최근 트레버 로젠탈을 대신해 마무리 투수로를 맡았고 전날 밀워키전에서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 국내와 일본 무대에서 마무리 경험을 충분히 쌓았지만 아무래도 셋업맨 시절보다는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다.
또 팀이 5점차로 앞서 있었지만 무사 만루에서 등판한다는 것이 불펜투수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출발은 불안했다. 첫 타자 애런 힐을 볼넷으로 내보내 밀어내기 실점을 했다.
우타자 바깥쪽 코스를 공략하는 슬라이더는 날카롭지 않았고 직구 구속 역시 평소보다는 느렸다. 비 때문에 경기가 지연된 것도 컨디션 조절에 불리한 조건이 된 것으로 보였다.
이어 오승환은 커크 뉴웬하이스에게 좌측 방면 2루타를 허용했다. 주자 2명이 홈을 밟으면서 선행주자 3명 전원의 득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오승환은 계속된 무사 2,3루 위기에서 라몬 플로레스를 삼진 처리해 한숨을 돌렸다. 땅볼이나 외야플라이로 인한 추가 실점 위기를 한차례 넘겼다.
이어 오승환은 헤르난 페레즈를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했고 그 사이 3루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 점수는 오승환의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스코어는 9-8로 좁혀졌다.
오승환은 조나선 비야에게 볼넷을 허용해 역전주자를 내보냈지만 마틴 말도날도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팀 승리를 지켰다. 우타자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넘나드는 제구력이 뒤늦게 살아나면서 직구와 슬라이더의 조합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점수차가 컸지만 루상에 주자가 많아 오승환에게는 세이브가 인정됐다. 시즌 2세이브째를 기록했다. 최종 기록은 1이닝 1피안타 2볼넷 1실점 2탈삼진. 4점을 내줬지만 3점은 앞선 투수의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은 1.71로 조금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