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경 "간부 목욕탕, 간부 식당… 경찰식 카스트제"

-스쿨폴리스를 상담가로? 불가능
-경찰선 계급이 신분제 수준
-경찰, 목욕탕도 간부용 따로
-계급낮으면 무조건 '어이'로 불러
-노조 결성 등 견제 방안 마련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장신중(전 총경)

뉴스 그 이후를 살펴보는 시간 AS뉴스입니다. 여고생들과 성관계를 맺어온 학교 전담 경찰관 2명. 그리고 이 사실을 알면서도 쉬쉬하며 사표를 수리해 준 부산 경찰청. 지난주 이 사건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죠. 쉬쉬하면서 넘어갈 뻔한 이 사건.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사람은 바로 장신중 전 총경입니다. 저희 뉴스쇼에 출연해서 이 제도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히면서 큰 이슈가 됐었는데요. 그때 우리 청취자들의 요구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분을 한 번 더 불러달라. 경찰의 현주소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듣고 싶다. 이런 요청들이 많아서요. 그래서 오늘 AS뉴스에서 다시 한 번 모셨습니다. 장신중 전 총경, 전 강릉경찰서장 연결합니다. 전 총경님, 안녕하세요.

◆ 장신중>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 폭로 후에 괜찮으세요?

◆ 장신중> 별일없습니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 김현정> 사실은 저희 인터뷰 나가고 나서 걱정하는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이분 이러고도 괜찮겠느냐. 압력이라든지 비난이라든지 이런 거 받지는 않으셨어요?

◆ 장신중> 일부의 비판 같은 건 있을 수 있지만, 조금 세상을 바로잡은 그런 일을 할 때에 그 정도 비판 같은 건 감수해야 되겠죠.

◇ 김현정> 다행입니다. 우선 학교 전담 경찰관 제도 이 문제가 터진 지 열흘 만인 어제 강신명 청장, 경찰청장이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첫 번째는 학교전담경찰관, 스쿨폴리스 전원을 상담 전문가로 교체하겠다. 이런 대책. 이건 어떻게 보세요?

◆ 장신중> 전혀 아닌 접근 방법이죠. 우선 첫째 먼저 상담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아주 고도의 전문 영역입니다. 경찰에는 그럼 상담 전문가가 있느냐, 한 명도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게 경찰 내부에서 어떻게 만들어집니까.

한 가지 얘기하면 경찰 내부에서의 상담이라는 건 전의경 앞에 앉혀놓고 ‘너 사회에서 어떤 생활하다가 왔어’ 이렇게 일방적으로 훈계를 하거나 그 내용을 상담일지에 기록하는, 아주 지극히 단순한 비교육적인 의견 교환 방식을 상담이라고 합니다. 경찰은 그렇게 접근하는 거죠. 그러니까 학생들 앞에다 불러놓고 야단치거나 아니면 너 뭐하다 왔어, 앞으로 싸우지 마 이걸 상담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거는 전혀 상담이 아닙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경찰 조직 안에 학교에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고도의 어떤 심리적인 상담을 할 만한 전문가들이 과연 그렇게 넉넉히 존재하는가 이 부분을 믿을 수 없다는 말씀이죠?

◆ 장신중> 아예 없다는 얘기죠.

◇ 김현정> 또 하나의 대책은 성별을 분리시키겠다는 거예요. 남학교에는 남자 경찰관. 여학교에는 여자 경찰관. 남녀공학은 남녀 2인 1조 경찰관. 이 방법은 어떻게 보세요.

◆ 장신중> 만약에 남자 학교에 남자경찰관이 여자 학교에 여자경찰관 한다고 문제가 안 생깁니까? 그리고 남녀공학이 대부분인데 남자 경찰관, 여자 경찰관을 배치한다고 해서 두 사람이 꼭 한 학생을 같이 만날까요? 전혀 아닌 것이죠. 이런 것은 내밀하게 이뤄지는 것인데. 당연히 만날 수 있습니다.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건데 그걸 어떻게 통제하겠다는 겁니까.

◇ 김현정> 알겠습니다. 장신중 전 총경의 생각입니다. 이 방법만 옳고 다른 건 다 그르다 할 수 없지만 이 제도 앞장서서 문제 제기하신 분이 보시기에는 지금 나온 대책들이 다 미봉책. 과연 이게 맞느냐 이런 의문이 든다는 말씀이에요?

◆ 장신중> 그렇습니다.

부산지방경찰청.
◇ 김현정> 그래서 총경님. 지난주에 짧은 인터뷰를 나누면서도 저는 이분이 하고 싶은 얘기가 굉장히 많을 것 같다 이런 느낌을 받았는데. 학교 폴리스 제도로 비롯된 경찰 조직의 홍보 문제 말고도 또 꼭 지적하고 싶은 부분. 꼭 짚고 가야만 할 부분이 있습니까?

◆ 장신중> 정말 많죠. 우리 경찰 내부의 권위주의 관행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 경찰 내부의 계급지상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계급지상주의. 아니 경찰은 당연히 계급이라는 게 존재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장신중> 당연히 존재해야죠. 그런데 우리 경찰은 이걸 완전히 신분적 수준으로 이걸 격상시켜버렸거든요.

◇ 김현정> 그냥 계급 정도가 아니라 신분제, 마치 카스트제도처럼요?

◆ 장신중> 그렇죠. 그렇게 만들어놨죠. 계급으로 모든 것을 구분합니다. 심지어 먹는 것도 따로 먹고요.

◇ 김현정> 먹는 걸 따로 먹는다는 게 무슨 말씀이에요?

◆ 장신중> 식당도 따로 가고. 쉽게 얘기해서 이걸 간부 비간부로 나누어서 간부들은 다른 식당, 비간부들하고 같이 먹을 수 없다. 간부들은 따로 자기 때문에 간부용 숙직실, 비간부용 숙직실. 심지어 간부용 목욕탕, 비간부용 목욕탕까지.

◇ 김현정> 목욕도 같이 못합니까?

◆ 장신중> 그러니까요.

(사진=장신중 전 총경 제공)
◇ 김현정> 간부용 목욕탕, 비간부용 목욕탕. 간부용 식당 간부용 숙소 다 따로 있다고요?

◆ 장신중> 그렇죠. 지금 비간부라는 말은 워낙 이건 잘못된 얘기라 해서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젓이 비간부용 숙직실이라고 하는 표찰까지 써붙였을 정도니까요.

◇ 김현정> 그런데 이제 어떤 예우 차원. 더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어떤 예우 차원에서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할 수는 없습니까?

◆ 장신중> 직무를 구분한다는 건 제가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사적 영역에까지 이걸 구분하는 게 맞나요?

◇ 김현정> 그러니까 사적 영역까지 구분하는 건 문제다?

◆ 장신중> 그렇죠. 그럼 이 간부용 목욕탕, 식당 정도가 아니라 다른 식으로 나타나는 어떤 특권. 횡포, 권위주의 또 있습니까? 사적 영역에?

◆ 장신중> 경무관 이상 계급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소위 말하는 부속실 직원이라고 한 명씩 딸립니다.

◇ 김현정> 경무관이면 어느 정도 수준을 경무관이라고 하는 거예요?

◆ 장신중> 경무관은 총경 위 계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서장 그 위에 계급. 파출소장 경찰서장 그것보다도 더 위를 경무관?

◆ 장신중> 그렇죠. 거기부터는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직원이 배치가 되는데 부속실 직원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현장 경찰관들은 따까리라고 불러요.

◇ 김현정> 이게 방송용으로 적합한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네요.

◆ 장신중> 예. 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냐면 상급자의 가정사를 비롯해서, 공적 영역은 얘기할 필요가 없고요. 가정사를 비롯하여서 사적인 모든 짓을 도맡아합니다.

◇ 김현정> 가정사라 하면 어떤 것들까지 돕는다는 말씀이세요?

◆ 장신중> 집안일까지 도와준다는 거죠. 또 퇴근 후 술자리. 귀가해서 잠들 때까지 모든 걸 도맡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밥 먹고 나면 칫솔 들고 대기하고 이쑤시개 들고 화장실 앞까지 쫓아가서 가져다 바치는 게 바로 우리 경찰 내부 부속실 직원들이 하는 역할입니다.

장신중 전 총경
◇ 김현정> 사실 지금 사회적으로는 특권 없애기가 화두 아닙니까? 국회의원들도 특권 없애기하고 있는데 경찰은 지금 그 도를 오히려 줄이기는커녕 넘어서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예요.

◆ 장신중> 그걸 당연하게 수십년간의 어떤 관행으로 여겨왔기 때문에 지금 당연한 걸로 생각하는 거죠. 그것이 잘못이라고 인식을 안 하는 거죠.

◇ 김현정> 혹시 어떤 폭력도 존재합니까? 언어폭력이든 물리적 폭력이든?

◆ 장신중> 당연히 존재하죠. 경찰 내부에서는 ‘어이,야,이놈,저놈’ 이게 일상 용어입니다.

◇ 김현정> 일상 용어다?

◆ 장신중> 그렇죠. 사람 그냥 부를 때 거의 대부분 ‘어이’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친근해가지고 동지 같은 표현으로 그렇게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 장신중> 그런 게 그것이 완전히 일반화돼 있으니까 문제죠. 생전처음 보지만 내가 계급이 높으면 ‘어이’입니다. 그러니까 경찰청에 근무하는 총경은 일선 경찰서에 전화를 해가지고 그 전화 받는 상대방이 누구든 무조건 ‘어이, 너 누구야’입니다. 그런 경찰관들이 현상을 지적하는 대표적인 말이 있습니다.

◇ 김현정> 뭔가요?

◆ 장신중> 계급이 깡패.

◇ 김현정> 계급이 깡패다?

◆ 장신중> 예. 거기에 모든 것이 사실은 함축돼 있죠.

◇ 김현정> 이거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 될까요, 그럼?

◆ 장신중> 경찰조직 내부에서도 참 여러 가지를 바꾸기는 했습니다. 예전에 임석상관에 대한 경례도 문제인데요, 사실은. 우리나라의 각종 규칙에는 모든 행사에 있어서 임석상관에 대한 경례보다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먼저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 내부에는 임석상관에 대한 경례를 국기에 대한 경례보다 먼저 하거든요.

◇ 김현정> 아, 상관에 대한 경례를요?

◆ 장신중> 그렇죠. 그래서 이걸 제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선진 외국에 가면 개인, 특정 개인을 보고 집단이 경례를 바치는 경우는 없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걸 절대로 금지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다른 나라 경찰들은 그렇게 안 해요?

◆ 장신중> 그렇죠. 일본 경찰 같은 경우는 동시에 같이 경례를 하고. 집단이 단체로 한 개인에게 특정 개인에게 경례를 바치는 일은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예.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경찰조직. 우리가 잘 몰랐던 부분인데 오늘 내부의 문제를 또 이렇게 드러내셨네요. 또 논란이 좀 될 것 같습니다, 총경님.

◆ 장신중> 논란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경찰 내부는, 내부에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잘 안 고치지만 외적으로 문제가 되고 하면 그것을 고치는 액션을 취합니다. 그리고 이걸 시스템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이 딱 하나 있긴 있습니다.

◇ 김현정> 뭔가요?

◆ 장신중> 경찰관들에게 노동조합이나 직장협의회 결성을 가능하게 해줘서 서로 견제하도록 하면 이 잘못된 문화는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개혁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총경님, 오늘 고맙습니다.

◆ 장신중> 고맙습니다.

◇ 김현정> 경찰 내부의 문제를 또 오늘 이렇게 하나 끄집어내셨네요. 장신중 전 총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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