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철회하면 한미동맹 약화? 오바마는 그럴 수 없다"

[정욱식 사드 강연 중계 ②] "미국 대선 앞두고 트럼프 돕는 꼴"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지난 13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속전속결로 이뤄진 이번 결정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왜 암암리에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을까요. 사드는 완전한 무기체계일까요. 이는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세계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정부 발표 이튿날인 14일 서울 종로에 있는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열린, 평화운동가이자 MD(미사일방어체제) 전문가로 꼽히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강연 '사드의 거의 모든 것'을 중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미완의 사드, 위급상황 터지면 우왕좌왕 불 보듯"
② "사드 철회하면 한미동맹 약화? 오바마는 그럴 수 없다"
③ 사드 가동 시점, 왜 내년 대선과 딱 맞물리나


대학생 겨례하나, 청년독립군 등 청년·대학생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미 사드 배치 결정을 규탄하며 사드 배치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정욱식 대표는 "레이더는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드 배치가 중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표현이다.

"레이더는 탐지 범위 안에 들어오면 무엇이든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성주에 사드 레이더인 'X-밴드 레이더'가 배치됐을 때 중국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쟁은 사실 우스운 이야기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미군 자료를 보면, X-밴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는 '1000㎞+'로 돼 있어요. 그 이상을 볼 수 있다는 말이죠."

정 대표에 따르면, 미국의 MD 전문가인 포스톨·루이스 교수가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에 배치되는 X-밴드 레이더는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3000㎞ 안팎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이 레이더는 다른 MD센서는 물론 미국 본토 MD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미국의 조기탐지·추적 능력이 중국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결론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핵무기 전력 차이는 300대 1 정도인데, 미국은 7000개, 중국은 많이 잡아야 300개"라며 "미국은 1900개 정도를 실전에 배치했는데, 버튼만 누르면 발사되는 것이다. 중국은 핵탄두를 유사시 끼우는 방식으로 따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핵 전략은 두 개입니다. '최소억제이론'과 '핵선제불사용정책'이죠. 최소억제이론은 핵탄두를 한두 개만 떨어뜨릴 수 있다면 상대의 핵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미국과 경쟁하며 수많은 핵무기를 만들다 망한 소련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죠. 중국이 최소 규모의 핵전력을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나머지는 핵을 먼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를 보여주기 위해 핵탄두를 따로 보관하는 거죠."

"그런데 사드를 비롯한 미국의 MD가 자국 주변에 구축되면 중국은 이러한 정책을 전면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고 정 대표는 우려했다. "핵폭탄을 1000~2000개로 늘린다든지, 핵탄두를 미리 달아둔다든지 기존 정책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만나 한반도의 사드 배치를 결사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일주일 동안 두 차례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들여다봤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가 단순히 북한 대응용에 머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MD'의 일환으로 보는 거죠. 이 글로벌 MD가 겨냥하는 대상은 결국 자신들이고, MD가 강해질수록 자국의 대미 억제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단히 강해요.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는 전략적 안정을 헤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겁니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MD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6자회담을 비롯한 북한과의 협상을 피하려고 한다는 시각이 대단히 강해요."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성명은 "기어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면 전략적 행동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정 대표는 분석했다.

"냉전시대 군비경쟁 등을 통해 러시아는 미국의 MD를 뚫을 수 있는 대책을 갖고 있어요. 러시아가 이 전략무기 기술을 중국에 팔 수도 있는 거죠. 중국 입장에서도 이를 자체 개발하려면 돈과 시간을 많이 들여야하니 러시아와 손을 잡은 거예요. 두 차례의 공동 성명은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에게 이러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중국·러시아, 새로 들어서는 미국 정부와 사드 협상 벌일 것"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군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그는 미국이 정작 내년 말로 예정된 한반도 내 사드의 실전 배치를 계획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그 근거는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적 상황이다.

"올해 말 미국 대선을 통해 내년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오면 어떨까요?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 이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면 '왜 우리 돈으로 산 사드를 한국에 가져다 뒀냐. 한국 보고 사라고 해라'라고 말할 수 있어요. 트럼프는 혈맹보다 돈을 우선에 두고 있으니까요. 트럼프는 미국이 산 사드를 한국에 두는 걸 탐탁지 않아할 겁니다. '1+1'을 전제로 팔아먹으려 할 거예요. 힐러리가 돼도 임기를 시작하는 마당에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무기를 거래해 동맹이 될 것 같다'는 보고를 받으면 골치 아플 거예요. 중국과 러시아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못 잡게 하려고 잔머리를 굴렸는데, 한반도의 사드 배치로 두 나라가 손잡도록 하는 건 차기 미국 정부가 취할 태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미국 대선이 끝나면 중국과 러시아는 새로 들어서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사드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정 대표는 내다봤다.

"지난 2013년 4월 (미국령) 괌에 사드가 배치됐어요. 그해 2월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을 두고 미국이 군사적으로 압박을 했는데, 북한은 이를 두고 '괌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했어요. 이에 대해 뭐라도 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 괌에 사드를 갖다 둔 겁니다. 이를 두고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조차 '너무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어요. 이번 한반도의 사드 배치 결정 역시 비슷한 맥락에 있다고 봅니다."

정 대표는 "미국 역시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한반도의 사드 배치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합의한 사드 배치를 한국이 철회하면 미국의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어요. 하지만 이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사드 배치로 난리가 난 한국과 달리, 미국 내에서는 언론 보도가 거의 없는 것도 그 증거죠. 한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한다고 했을 때 오바마 정부가 한미동맹 약화 조치를 취하면 대선 정국이 공화당 트럼프에게 유리해집니다.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가 부딪치는 게 동맹 문제예요. 힐러리는 '동맹 강화'를, 트럼프는 '동맹 금전론'을 내세우고 있는데, 결국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건 트럼프를 돕는 겁니다."

그 연장선에서 그는 "중국의 경제보복 문제를 보다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경우 총재는 중국 몫이고 부총재 자리 가운데 하나가 우리 몫이었는데, 그게 국장급으로 떨어졌잖아요. 중국은 사드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아요. 최근 삼성SDI 배터리를 단 차량의 중국 내 생산중단도 그렇죠. 이게 경제보복인지 감이 안 오는 겁니다. 한국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제보복을 할 경우 친미·반중 경향이 커질 테니, 당장 직접적으로는 안하겠죠. 하지만 점차 강해질 것이고 우리는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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