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지머리' 김병지, 마흔여섯에 은퇴 선언

김병지가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철인' 김병지(46)가 골키퍼 장갑을 벗는다.

김병지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은퇴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까지 K리그에서 활약했던 김병지는 전남과 재계약에 실패한 뒤 소속팀을 구하지 못했고, 결국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그야말로 전설의 퇴장이다.

김병지는 1992년 울산에서 K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무려 24년 동안 현역 생활을 했다. 706경기 출전은 K리그 역대 최다 기록. 229경기 무실점도 골키퍼 역대 1위 기록이다. 또 3골을 터뜨리며 골 넣은 골키퍼로도 이름을 날렸고, 국가대표로서도 61경기에 출전했다.

불혹을 넘기고도 매년 30경기 이상 출전한 철인이었다. 현 K리그 사령탑인 노상래 전남 감독, 김도훈 인천 감독,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 조성환 제주 감독 등이 김병지와 동갑내기다.

◇김병지가 페이스북에 올린 은퇴 선언 전문

그동안 고마웠다...
시간을 거슬러 잠시 생각을 되짚어 본다.
이 순간 내 머릿 속 파노라마들을 글로 풀어 내자니 그 길었던 시간 무수히 많은 기억들을 어찌 들려줄까..? 책이라도 쓸까? 연재를 해볼까? 싶다가,
근간 바쁜 일정 탓에 이도저도 말고 그저 맘 가는 대로 몇 자 적어 내 뜻을 전해 본다.
나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의 머리에 가슴에 고스란히 기억 되어 있을 내가 있으니...내 선수로서의 삶은 괜찮았다라고... 생각하며.
게다가 나의 세 아들 또한 골문 앞의 아빠를 기억해 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 나는 진정 행복한 선수였다...
팬들이 만들어 준 수식어 또한 여러가지! 그 만큼 관심 받았다는 의미일것이다.
현재 내가 가져 가는 행복의 크기는 마음에 있는 것이라서 많이 깊고 크다.
이에 나를 기억하는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린다.
실력이란 하루 아침 연마할 수 없듯이 경기력 또한 쉽게 노쇄하지 않지만, 나는 이즈음에서 또 다른 출발을 위해 마음의 정리를 공표할 명분이 생겼다.
다만,
진심으로 미안한 것은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인연들이 쉽지 않게 내민 손을 더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오해를 만들 수도 있겠으나,
한 길 열심히 달려 왔으니 이 정도 외면이나 거절은 이해해주지 않을까...생각한다.
가끔은 나도 평범한 가정의 가장처럼 살고 플 때도 있고,
선수의 자격과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절제 된 시간들을 보내며 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도전도 하고 싶다.
선수로서 오롯이 보낸 35여년을 이제는 추억으로 저장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와 갈채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
어쩌면!
이 순간 정작 내가 해야 할 말을 우회적인 표현 보다 콕 찔러 말해야 하는데 ^^
은퇴!! 맞다! 이제 은퇴한다!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일이다.
너무나 긴 시간 선수로 지내왔기에 익숙하지 않다.그 간 여기저기 많은 분들께 수도 없이 받아 왔던 질문에 대해 이렇게 일단락 지어 본다.
듣고 싶었던 답이였을지...아쉬움을 주는 답이였을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는 내소신대로 간다
이미 마음에서의 은퇴는 2008년 허리수술을 하면서 부터였다.
수술을 집도하신 선생님께서 이미 내 아내에게 선수로서의 포기와 마음의 정리를 시켰고,
사실을 감추지 못한 아내는 재활에 안간힘을 쓰던 내게 털어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러나
좌절을 좌절로 받아 들이지 않고 종전 보다 더 의지와 체력을 다지니 또 다시 열렸던 선수의 길.
그렇다!
무엇을 하든 어떤 조건에 놓이든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넘지 못할 것이 없음을 또 다시 깨닫게 되고,
덤으로 온 지금 나는 내리막이 아닌 새로운 오르막 길 위에서 기쁜 마음으로 외친다!
나 떠난다!

내 젊음이 머물었던 녹색그라운드!
내 청춘이 물든 곳!
사랑한다 K리그!
보다 더 발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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