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우 총재와 WKBL, 올림픽만 기다리나?

첼시 리 사태에 대한 연맹 책임론 회피

신선우 WKBL 총재 (사진 제공=WKBL)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은 '첼시 리 사태'에 대한 책임이 없다. 그렇게 결론이 나왔다. WKBL 스스로 그렇게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과정을 살펴보자. 지난 19일 WKBL 재정위원회가 열렸다. 신선우 WKBL 총재의 한마디 때문에 재정위원회가 소집됐다.

앞서 지난 5일에는 WKBL 이사회가 개최됐다. 혈통을 속이고 한 시즌동안 국내선수 자격으로 부천 하나은행에서 뛴 첼시 리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WKBL 고위 관계자들과 6개 구단 단장들이 모였다. 신선우 총재의 한마디는 이사회가 끝나고 나왔다.


첼시 리의 서류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WKBL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자세로 일관했다. 선수와 구단을 징계하고 규정 손질을 가했을 뿐 내부 징계와 같은 반성의 뜻이 담긴 내용은 아무 것도 없었다.

취재진이 신선우 총재에게 "WKBL은 책임이 없는 것인가?"라고 거듭 질문을 던지자 신선우 총재는 "다시 한번 고민하고 추후 발표하겠다. 다음 주에 재정위원회를 하고 필요하다면 이사 간담회도 열어 정리해야 하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답했다.

신선우 총재의 발언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취재진의 집요한 질문을 모면하기 위해 꺼내든 임기응변 카드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많았다.

재정위원회는 WKBL에 엄벌을 내릴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총재의 자문 기관이다. 재정위원회가 어떤 의견을 모은다 해도 총재의 사인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신선우 총재의 발언 후 2주 뒤에 개최된 재정위원회에서는 결국 아무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넘어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곧 2016 리우올림픽이 개최된다. 그러면 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첼시 리 사태는 잊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신선우 총재는 최경환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총재로 있을 때 사무총장을 맡았다. 가까운 사이다. 지금도 최경환 의원은 명예총재로 남아있고 최경환 의원의 매제는 특별고문직을 맡고 있다. 6개 구단의 모기업은 금융권 기업들이다. 그들이 신선우 총재와 연맹을 향해 '센' 발언을 하기는 어렵다는 게 농구계의 시선이다.

그래서인지 WKBL은 첼시 리 사태를 두고 늘 당당했다. 어떤 과정에서 어떤 실수를 했는지 어디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조사할만큼 조사했고 알아볼만큼 알아봤는데 뭐가 문제냐며 스스로 변호하기에 급급했다.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혹은 책임이 크지 않다고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논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WKBL은 이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적이 없다. 유야무야로 처리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만연한 풍토, WKBL도 예외는 아니었다.

WKBL이 책임을 피해가면서 지난 5일 이사회에서 내린 첼시 리 사태에 대한 징계안은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이 됐다.

하나은행이 첼시 리를 등에 업고 좋은 성적을 내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 기회를 놓친 팀이 있고 챔피언결정전 진출 기회를 놓친 팀이 있다. 결승에 오르지 못한 팀의 감독은 재계약에도 실패했다. 이처럼 큰 영향을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구단의 국내선수와 외국인선수의 선발 순위를 올해에 한해 후순위로 밀어버린 게 사실상 구단에 내린 징계안의 전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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