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릴레이⑭] '쇼미더머니' 그 이후…플로우식, 멈춤은 없다

힙합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래퍼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악마의 편집'이 판을 치는 프로그램에서만 이들을 보기에는 뭔가 아쉽다. 그래서 준비했다. 래퍼들과 직접 만나 근황과 생각을 들어보는 '힙합 릴레이' 인터뷰. 열 네번째 주인공은 지투(G2)가 지목한 플로우식이다. [편집자 주]

(사진=플로우식 제공)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종 차별을 당했고, 랩으로 역경을 극복하고자 했다. 언더힙합씬에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3인조 글로벌그룹 아지아틱스 멤버가 되어 2011년 Mnet 아시안 뮤직어워드에서 '베스트 뉴 아시안 그룹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미국, 일본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미국 유명 음반사 '캐시 머니'와 120억대 계약을 맺어 화제를 모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플로우식(flowsik·본명 박대식)이다. 그는 최근 종영한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5'(이하 '쇼미')에 출연했다.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주위에서도 참가를 말렸다. 이미 성공적인 행보를 밟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플로우식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고,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증명(Show and Prove)'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탈락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 듯하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플로우식은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하며 "앞으로 한국에서 더 멋진 음악을 보여줄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CJ E&M 제공)
Q. 지투가 당신을 지목했다. '쇼미' 인연인가.
맞다. 지투는 귀여운 동생, 실력 있는 동생이다. '쇼미' 때 한국말이 서툴러 사람들과 친해지기 힘들었는데, 지투는 영어를 좀 잘해서 대화를 자주 나눴다. 지투와 멋진 곡을 함께하고 싶다. 다른 래퍼들과 콜라보 하면서 특별한 색깔을 내고, 그렇게 무대에 서는 게 힙합이다.

Q. 플로우식의 커리어를 되짚어 보자. 우선 뉴욕 시절부터.
뉴욕에서 태어났다. 흑인 동네에서 자랐는데, 동양인은 우리 가족 말고는 거의 없었다. 놀림도 많이 받았다. 뭘 해야 '너희들과 난 똑같다'는 걸 말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랩으로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완전 영화 '8마일'이었다. (웃음).

사실 친형이 먼저 랩을 했었다.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연습했고 언더씬에서 활동했다. 1999~2000년쯤인데, 그땐 유튜브도 아니고 MP3닷컴, 사운드클릭 시절이다. 거기에 작업물을 올렸고 반응이 괜찮았다. 목소리 때문인지 내가 흑인인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한국 사람이란 걸 알고 깜짝 놀라더라.

Q. 그렇게 이름을 알리고 '아지아틱스'로 활동한 건가.
아지아틱스 멤버들과는 한국에 온 이후 자연스럽게 모였다. 에디는 농구하다가 만났고, 니키는 솔리드 출신 정재윤 PD님을 통해서 만났다. 같이 음악 작업해보니 너무 좋았고 그러다 보니 앨범이 만들어졌다. 일본에서도 활동하고 '캐시 머니'와도 계약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진 일이다. 지금은 멤버들이 중국, 대만에서 개인 활동 중인데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다시 활동할 수도 있다.

Q.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솔로곡을 내기 시작했던데.
생각해보니 어머니의 나라에서 진짜 랩 노래를 안 해본 거다. 혼자 프로듀싱해서 '더 콜링' '야, 너' 등을 발표했다. 그 이후 '쇼미'에 참가했다.

Q. '쇼미' 참가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주위에서 다들 말렸다. '네가 왜?' '참가자로 나간다고? 하지마'

그런데 내 생각은 달랐다. '하고 싶은 거 못해?' '뭐가 나빠?'

자존심 버리고 가슴으로 참가했고, 결과적으로 내 생각이 맞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하려면 하고 싶은 걸 꼭 해야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Q. 출연 소감은.
내 진심어린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했고 쿨한척하지 말고 인간 박대식을 보여주려고 했다. 실수는 한 번도 안했다. 랩할 때는 무조건 200%다. 스페인어로 하더라도 끝까지 해야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한국말을 잘 못 하는 걸 알고 얕보던 래퍼들도 멋지게 하니까 긴장하더라.

Q. 우승후보로 꼽는 시청자도 많았는데, 결과는 아쉽지 않나.
순위에 연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걸 떠나서 진짜 실력은 무조건 보이게 되어 있다고 믿는다. 본선 무대에 올라 한국 사람들 앞에서 한국말로 랩하는 게 목표였다.

Q. 주변 반응은.
뉴욕 교회에서 난리 났다. (웃음).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

Q. 아쉬운 점이 있다면.
참가자로 출연해서 프로듀싱을 못 했다. 비트를 만드는 것도 보여주고 싶고 아이디어도 많았는데, 조금 아쉽다. 그래도 괜찮다. 좋은 기회 있을 때 또 보여주면 되니까.

Q. LA 예선을 보니 실력자들이 많더라.
다들 실력을 떠나서 랩을 너무 하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 마음을 아니까 예선에서 만난 래퍼들에게 충고도 해주고 조언도 많이 해줬다.

Q. 플로우식이 생각했을 때 멋진 한국 래퍼는 누구인가.
쌈디, 그리고 비와이다. 쌈디는 다른 말 할 것 없이 진짜 잘한다. 비와이는 완전 음악에 빠진 래퍼다. 넘버원이 돈 버는 게 아니라 음악이다. 이런 래퍼들이 계속 활동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씬이 더 커진다.

Q. 한국, 미국 힙합씬을 다 겪어봤는데.
한국에서도 힙합이 메인스트림에 온 것 같다. 미국에서도 한국 래퍼들 좋아한다. 최근에 오왼 오바도즈, 식케이, 펀치넬로와 '응 프리스타일'이라는 영상을 찍었는데, 미국에서 터졌다. 한옥에서 랩을 하는데 랩도 세고 잘하니까 엄청 신기해하는 거다. 지금이 한국 힙합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Q. '쇼미' 이후 러브콜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미팅은 많이 하고 있는데, 너무 빨리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단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고, 다른 래퍼들과 콜라보도 많이 할 거다. 멋있게 음악을 만들어서 보여줘야지. 싱글도 내고 앨범도 낼 거다. 스포일러라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영한사전도 사서 공부하고 있다. (웃음).

Q. 플로우식의 랩 스타일, 음악적 지향점은.
일단 목소리가 독특하고 전달력이 좋은 것 같다. 가사에는 사랑, 소망, 행복에 대한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내 감정을 솔직히 전달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파티하고 싶을 때 신나는 곡 만드는 거지. 자연스러운 게 힙합이니까.

Q. 지금까지의 활동을 돌아보자면.
멈추지 않고 계속 갔다는 게 뿌듯하다. 힘들었던 적도 많다. 미국에서 아이스 티(ICE-T)와 같이 클럽 투어 했을 때 '드디어 성공했다'고 믿었는데, 끝나고 나니 크게 달라진 게 없더라. 캐시 머니와 계약했을 때도 '됐다' 싶었는데, 아니었다. 내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고 그래서 계속 간 거다. 실력이 있으면 뭔가 있을 거라고, 기회가 생긴다고 믿는다.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Q. 대표곡을 꼽아달라.
우선 '더 콜링'. 아무런 간섭받지 않고 혼자 하고 싶은 걸 한 곡이다. 다음은 아지아틱스의 '히스토리'. 내가 멜로디도 만들고 가사도 썼다. 누구든지 목표가 있으면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적인 곡이다. 마지막은 '야, 너!'다. 무섭고 어두운 느낌인데, 가사 속뜻은 하나님이 나에게 '제대로 해 플로우식'이라고 말 하는 거다.

Q. 다음 인터뷰이를 지목해달라.
해시스완. '쇼미' 마지막에 '도깨비'라는 곡을 함께 하면서 친해졌다. 괜찮은 동생이다. 성격도 좋고 실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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